일본 중의원이 28일 해산됐다. 다음 달 22일 실시되는 중의원 선거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자민당과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의 희망의당이 맞붙는 양자 대결구도가 되고 있다. 고이케 지사를 중심으로 야권이 급속히 재편되면서 그가 직접 총리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일본 중의원 해산은 2014년 12월 이후 2년10개월 만이다. 아베 총리는 임시각의(국무회의)에서 총선 일정을 다음 달 10일 공시, 22일 투개표로 확정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는 자민당을 찍겠다는 응답이 많지만 선거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야권의 재편이 빠르게, 극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면 이길 것”이라던 여당의 낙관론도 쑥 들어갔다.
제1야당 민진당은 출범한 지 사흘밖에 안 된 희망의당에 사실상 흡수합병되는 길을 택했다. 민진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마에하라 세이지 대표의 희망의당 합류 제안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민진당의 공천 예정자는 희망의당에 공천을 신청하게 된다. 전원이 공천된다는 보장은 없다. 개헌과 안보법에 반대하는 진보 성향 인사들은 공천이 안 될 가능성이 높아 무소속 출마를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기본정책도 명확하지 않은 신당에 제1야당이 완전히 굴복한 모습이다.
마에하라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아베 정권을 멈춰 세워야 한다. 이름을 버리고 실리를 취하는 결정을 이해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민진당 이름을 버리고 고이케 지사 쪽에 붙어야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마에하라 대표 자신은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혔다.
안그래도 탈당을 고려하던 민진당 의원들 사이에선 “고이케 지사가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 고이케 대(對) 아베의 선거다. 자민당에서도 탈당자가 나오면 첫 여성 총리가 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하지만 고이케 지사는 출마 가능성을 일단 부인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지금의 국회가 바뀌지 않는 한 도정(都政)에 노력하겠다. 내 에너지를 도쿄에 놓고 도쿄를 끌고 가는 게 일본 전체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자민당 의원총회에서 “선거 때문에 간판을 바꾸는 정당에 일본의 안전과 자녀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며 야권의 움직임을 강하게 견제했다. 그는 “1990년대 신당 바람, 2009년 민주당 바람이 불었지만 그것이 가져온 것은 혼란과 경제 둔화였다”며 “우리가 정권을 탈환해 경제 침체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강조했다.
선거가 자민당과 희망의당 둘 중에서 정권을 선택하는 싸움으로 흐르는 가운데 두 정당이 별 차이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희망의당은 내정에서는 소비세 인상 동결, 원자력발전소 제로 등으로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려 하지만 외교안보 정책은 현 정권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아베 vs 고이케’… 중의원 해산한 日 본격 선거전 돌입
입력 2017-09-29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