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생리대·기저귀 인체 무해”… 소비자 “안심 못해”

입력 2017-09-28 18:42 수정 2017-09-28 23:21
식품의약품안전처 이동희 바이오생약국장이 28일 충북 오송 식약처에서 생리대와 기저귀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10종 위해성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지난 한 달간 생리대 위해성 검사를 진행한 결과 생리대에서 각종 유해물질이 검출되기는 했지만 인체에 해로운 수준은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여성들의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시중에 유통 중인 666개 품목의 생리대에서 방출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중 발암물질 등 인체 유해성이 가장 우려되는 10종에 대해 생리대 함유량과 위해성 평가를 실시한 결과 VOCs 검출량이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낮은 수준이었다고 28일 밝혔다. 10종은 벤젠, 트리클로로에틸렌 등 국제암연구소에서 발암물질로 분류한 성분과 톨루엔, 헥산 등 생식독성이 있는 성분이다. 생리대 666개 품목은 지난 3년간 국내 유통 중인 제품이다.

이번 조사에서 식약처는 여성이 생리대를 하루 7.5개씩 한 달에 7일간 평생 사용하는 경우를 가정했다. 팬티라이너는 하루 3개씩 평생에 걸쳐 매일 사용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생리대에서 방출되는 VOCs가 피부로 100% 흡수된다고 가정해도 모든 제품의 VOCs 성분은 안전역(MOS)인 1을 넘었다. MOS가 1을 넘으면 위해 발생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회용생리대는 성분별로 9∼626, 면생리대는 32∼2035, 팬티라이너 의약외품은 6∼2546, 팬티라이너 공산품은 17∼1만2854, 유기농을 포함한 해외직구 일회용생리대는 16∼4423의 안전역을 확보하고 있었다.

이번 조사는 식약처의 독자적인 방법으로 진행됐다. 생리대 VOCs를 측정할 공인된 시험법이 없기 때문이다. 생리대를 영하 196도의 초저온에서 동결, 분쇄한 후 120도의 고온으로 가열해 방출된 VOCs를 기체크로마토그래프-질량분석기법으로 측정했다.

향을 첨가한 생리대에서 유해성분이 더 많이 나왔다던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의 결론도 뒤집혔다. 식약처는 “생리대나 팬티라이너에서 검출된 VOCs의 종류와 양은 차이가 있었지만 향의 유무에 따른 차이는 미미했다”고 밝혔다.

여성들은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성환경연대는 “해외 피해여성의 사례를 보면 다이옥신, 잔류농약 등 생식독성이나 환경호르몬의 영향으로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전반적인 유해물질 조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생리대 7.5개를 월 7일씩 평생 사용해도 안전하다는 결론까지 제시한 것은 너무 성급하다”고 비판했다.

피부흡수율을 기준으로 진행한 조사방법의 신뢰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고금숙 여성환경연대 환경건강팀장은 “일반 피부보다 질 점막의 화학물질 흡수율이 훨씬 높다”며 “질 점막은 굉장히 예민하기 때문에 건강 유해성이 실제보다 낮게 평가될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릴리안 생리대 피해자들의 집단소송을 진행 중인 법무법인 법정원도 “이번 조사 결과는 생리대의 독성물질과 생리기능장애 간의 인과관계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할 수 없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법정원 관계자는 “인체 위해성이라는 것 자체가 신체 부위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추상적인 개념”이라며 “생리기능장애에 대해 명확한 인과관계를 규명하지 않고 전신노출량을 독성참고치로 나눈 기계적인 결과”라고 지적했다.

기저귀 10개 품목의 VOCs 검사 결과도 위해영향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국가기술표준원 소관인 기저귀는 국내 시장점유율이 높은 상위 5개사의 10개 품목을 선별해 조사를 진행했다. 나머지 370개 품목도 12월까지 추가 평가할 계획이다. 기저귀는 내년 4월부터 위생용품으로 분류해 식약처에서 관리하게 된다.

식약처는 나머지 VOCs 74종의 위해성 조사도 연내 마칠 예정이며 농약 등 기타 화학물질 18종에 대해서도 내년 5월까지 검사를 진행해 결과를 공개키로 했다. 아울러 생리대 사용자의 생리주기, 생리혈 양의 변화 등 건강이상 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작용 사례 조사, 역학조사를 환경부·질병관리본부와 공동으로 추진한다.

아직 VOCs 방출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만큼 사용원료, 제조공정 분석으로 원인 파악에 나서고, 업계와의 자율협약을 통해 접착제량 저감, 환기시설 추가 등 저감화 가이드라인을 보급할 방침이다. 생리대 제조·판매기업 5개사(깨끗한나라, LG유니참, 웰크론헬스케어, 유한킴벌리, 한국P&G)는 입장문을 내고 “자율적인 공통 안전기준을 정하고 이를 지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글=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