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정치공작 의혹 ‘MB 수사 필요성’ 더 커졌다

입력 2017-09-28 18:22 수정 2017-09-28 21:37
뉴시스

이명박(MB)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정치공작 의혹 수사가 국정원을 넘어 국방부로 확산되고 있다. 두 기관 모두 당시 청와대로부터 정치공작 활동 지시를 받고 추진상황을 보고한 정황이 나오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검찰 사정권에 든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국정원 정치공작의 몸통으로 불리는 원세훈(사진) 전 국정원장을 다음 주 중 기소할 방침이라고 28일 밝혔다. 검찰은 구속 수감 중인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혐의로 기소하면서 원 전 원장을 공범으로 재판에 넘길 계획이다. 민 전 단장은 원 전 원장의 지시를 받아 외곽팀을 운영하면서 불법 선거운동과 정치관여 활동을 하게 하고 70억원가량을 지급해 국가 예산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19일 구속됐다.

검찰은 원 전 원장 기소 후 다른 혐의도 계속 수사해 추가 기소할 계획이다. 원 전 원장은 박원순 서울시장 비방,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공영방송장악 등 MB 국정원의 정치 개입 활동을 총지휘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관련 피해자들 조사를 진행 중인 검찰은 추석 연휴 이후 박 시장을 불러 피해 상황을 듣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들에 대한 검찰 수사는 결국 이 전 대통령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을 비롯해 일부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은 이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했다.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공작 의혹 수사가 국방부 수뇌부로 향하면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검찰은 최근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이 전 대통령에게 사이버사령부 산하 심리전단의 댓글 공작 활동을 보고한 정황이 담긴 문건을 확보했다. 지난 15일 이태하(64) 전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장을 참고인으로 비공개 소환했던 검찰은 최근 김 전 장관을 출국금지했다.

검찰은 국정원 및 국방부와 협조해 ‘윗선 규명’ 증거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국정원이 정치공작 컨트롤타워로서 군에 예산·인력 지원 등을 했는지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하지만 핵심 책임자들의 비협조로 이 전 대통령 책임 규명 과정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원 전 원장은 지난 26일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사이버 외곽팀 탈법 운영 등 정치·선거 개입 관련 보고를 한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금까지 확보된 여러 정황증거에 비춰볼 때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어떤 형태로든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황인호 신훈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