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삶 마친 ‘플레이보이’ 창업자 헤프너

성인잡지 대명사 ‘플레이보이’ 창업자인 휴 헤프너(91·사진)가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그는 성적 금기를 깨고 자유 의식을 퍼뜨린 위대한 사회운동가라는 찬사와 포르노 왕국을 건설해 떼돈을 번 ‘쓰레기’라는 악평을 동시에 받아왔다.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태어난 헤프너는 일리노이주립대와 노스웨스턴대학원을 졸업하고 남성잡지 ‘에스콰이어’ 에디터로 재직했다. 1953년 에스콰이어에서 퇴사한 뒤 은행에서 600달러를 빌려 ‘플레이보이’를 창간했다. 그는 ‘킨제이보고서’ 내용과 그 파급력을 보고 ‘플레이보이’ 창간을 결심했다.

48년과 53년 발표된 킨제이보고서는 미국인들의 적나라한 성경험과 성의식을 폭로했다. 헤프너는 “성에 대한 가식과 위선이 심각한 좌절감과 불행을 가져왔다”고 보고 이런 성적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잡지로 플레이보이를 생각해냈다. 플레이보이는 53년 창간 때부터 750만부가 팔려나가면서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누드 사진과 성에 대한 내용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면서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이런 지적을 의식한 플레이보이는 지난해 3월부터 누드를 게재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공표했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21일 플레이보이 한국판이 창간됐다.

헤프너의 아들이자 플레이보이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인 쿠퍼 헤프너는 성명에서 “아버지는 언론과 문화의 개척자로서 예외적인 삶을 살았으며 언론의 자유, 시민권, 성적 자유를 옹호한 선구자”라고 평가했다. 헤프너는 49년과 89년 두 번의 결혼으로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2013년에는 60세 연하 모델 크리스털 해리스와 세 번째 결혼식을 올렸다. 헤프너는 플레이보이 창간 50주년 행사에서 “‘성에 대한 유해하고 위선적인 생각을 바꾸는 데 어느 정도 역할을 했고 또 그렇게 하면서 많은 재미를 본 인물’이라는 문구를 묘비에 쓰고 싶다”고 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