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그러진 부동산 욕망 드러낸 반포1단지 재건축

입력 2017-09-28 17:29 수정 2017-09-28 21:25
서울 반포주공 1단지 재건축 시공사로 27일 현대건설이 결정됐다. 지하 4층, 지상 35층의 5388가구가 들어서는 이 사업은 공사비 등을 포함해 총 사업비가 10조원에 달하는 재건축 사상 최대 프로젝트다. 그러나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드러난 재건축 사업의 일그러진 민낯은 많은 부작용을 남겼다. 이사비 7000만원 현금 지원, 최고급 호텔에서의 접대라는 초유의 돈 잔치에다 경쟁 건설사에 대한 도를 넘은 비방과 흑색선전은 정치판을 방불케 했다.

뒤틀린 수주전은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수밖에 없다. 당장 올 연말까지 시공사를 정해야 하는 재건축 단지 7곳에서도 ‘쩐의 전쟁’이 벌어질 것이 뻔하다. 건설사로부터 얼마나 더 받아내느냐가 조합장의 능력을 가늠하는 잣대라고 한다. 한푼이라도 더 얻겠다는 조합과 수 천 억원의 수익이 가능한 사업을 따겠다는 기업의 일치된 이해관계는 반드시 후폭풍을 불러온다. 조합의 이익 이상으로 일반 분양가는 높아지고 이는 인근 아파트 값 상승에 이어 부동산 시장 전반의 가격 앙등을 낳는다. 거액의 이사비 지원은 전세 수급을 왜곡시켜 세입자 주거 환경을 악화시킨다. 일부의 과도한 욕심이 부동산 시장 전체를 교란시키는 촉매 작용을 하는 셈이다.

대다수 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준다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역기능이다. 조합은 평당 분양가를 5100만원으로 보고 있다. 30평형의 경우 분양가가 15억원이 넘는다. 극히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고는 엄두도 낼 수 없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벌어지는 왜곡된 행태에 국민들의 심사는 씁쓸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부는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재건축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금품·향응 등의 제공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돼 있다. 이사비 7000만원 등은 누가 봐도 사회 통념을 넘는 과도한 것으로 위법 소지가 농후하다. 정부는 불법행위를 색출해 엄단해야 한다. 강남 재건축발 과열을 처음에 다잡지 못하면 8·2 부동산 대책의 목표인 부동산 시장 안정은 불가능하다. 가계부채 1400조원 시대다. 부동산 거품 재현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