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퇴직연금(IRP)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수익률은 낮지만, 지난 7월 가입대상 기준이 확대되면서 ‘노후 대비’와 ‘절세 혜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수요가 몰린다.
IRP는 근로자가 본인 명의 계좌를 만들어 예·적금, 펀드 등에 투자해 퇴직금을 모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만 55세 이후에 적립금을 일시금이나 연금으로 찾을 수 있다. 근로자가 알아서 적립한다는 점에서 기업의 부담이 있는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이나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과 다르다. 자영업자, 공무원 등 소득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입 가능 하다.
IRP 계정으로 가입할 수 있는 퇴직연금펀드에 빠른 속도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1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IRP 가입자 확대 이후 퇴직연금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2690억원에 이른다.
금융업계에선 IRP 가입자를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가장 먼저 삼성증권은 지난 7월 개인의 IRP 계좌 납입금에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국금융투자도 지난달부터 계좌 적립금 수수료를 면제했다. 대신증권은 IRP 계좌에서 실적배당상품에 투자 시 수수료를 전액 면제한다. 이밖에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등 여러 금융회사가 IRP 가입자에게 수수료 인하, 상품권 제공 등 혜택을 주고 있다.
‘IRP 인기몰이’ 배경에는 ‘절세’가 자리 잡고 있다. IRP 가입 시 연금저축액을 포함해 연 7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연금저축에 400만원을 넣었다면 IRP는 300만원까지, 연금저축이 없다면 IRP로 7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는 식이다. 가입자의 총급여액에 따라 적용되는 세액공제율은 13.2% 혹은 16.5%다. 연 700만원 이상을 넣었다면 초과한 납입금을 다음해 납입금으로 전환해 세액공제를 신청할 수도 있다.
또 연금저축·IRP에 넣을 수 있는 한도(1800만원) 이내 금액은 이자소득세(15.4%)를 내지 않는다. 대신 연금을 받을 때 연금소득세율(3.3∼5.5%)이 부과된다. 55세 이전에 중도해지를 한다면 ‘세제 혜택을 받은 납입금액+운용수익’에 대해 기타소득세(16.5%)를 물어야 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낮은 수익률은 단점이다. 지난해 IRP 수익률은 1.09%에 그쳤다. 정기예금 금리보다 낮은 수준이다. 노후 대비가 목적이다 보니 운용자산이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쏠린 탓이 크다. 원리금 비보장 자산에 대한 금융당국의 운용규제도 수익률 저하에 한몫을 한다. 규제 완화 전에는 IRP 계정에 적립한 돈의 30∼40%만 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등 제약조건이 많았다. 그나마 지난달에 걸림돌이 많이 제거됐지만, 여전히 IRP 계정으론 주식 투자를 하지 못하는 등 제한이 있다.
IRP 계좌를 만들 때는 자신의 투자성향을 고려해야 한다. 원리금 보장에 주력하는 은행은 증권사보다 수익률이 낮지만 안정적이다. 반면 증권사는 펀드 등에 투자해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위험부담이 있다. 김대익 하나경영금융연구소 연구원은 “투자성향에 따라 증권사나 은행 중 어디에서 만들지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가입 문턱 낮추자 개인퇴직연금 바람
입력 2017-10-0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