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 귀화 선수들 “황금연휴? 오직 평창 메달만 생각해요”

입력 2017-10-02 05:00
하이원 아이스하키팀의 귀화선수 마이클 스위프트(왼쪽)와 마이크 테스트위드가 지난달 27일 경기도 고양어울림누리 얼음마루 빙상장에서 팀 훈련에 앞서 스틱을 맞댄 채 미소를 짓고 있다. 고양=김지훈 기자
안양 한라의 귀화 선수들이 지난달 27일 일본 오지이글스의 홈구장 도마코마이 하쿠조 아이스아레나에서 훈련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에릭 리건, 브락 라던스키, 알렉스 플란트, 맷 달튼. 안양 한라 제공
지난달 27일 오전 11시 경기도 고양어울림누리 얼음마루 빙상장. 라커룸에서는 하이원 아이스하키단 선수들이 오전 훈련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어 무거운 아이스하키 장비를 착용한 채 얼음 위에 올라선 선수들이 본격적으로 몸을 풀기 시작했다. 빙상장 곳곳에는 선수들의 기합소리, 퍽을 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이원 소속인 벽안의 외국인 선수들도 “파이팅”을 외치며 동료들과의 호흡 맞추기에 집중했다. 빙상장 내 공기는 차가웠지만 선수들 이마에서 땀방울이 빗줄기처럼 쏟아져 내렸다.

국가대표 아이스하키 선수들에게 추석의 황금연휴는 남의 얘기다. 각 실업팀에 속한 국대 선수들은 하이원처럼 추석 직전뿐만 아니라 연휴 기간에도 쉴 틈 없이 훈련과 경기에 매진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러시아 등 3개국 팀들이 참가하는 아시아 아이스하키리그 경기가 이 기간에 열리기 때문이다. 태극마크를 달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고자 귀화한 ‘푸른 눈의 한국인’들 7명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각 실업팀에 소속된 이들은 추석 연휴가 되면 고향에 있는 가족들이 더욱 떠오른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제2의 조국에서 빙판위의 기적을 위해 추석에도 스틱을 놓지 않는다.

하이원 선수 25명 중 6명이 외국인이다. 이중 마이클 스위프트(30)와 마이크 테스트위드(30)가 귀화한 국가대표 선수다. 2014년 귀화한 스위프트는 올 시즌 하이원의 주장을 맡아 책임감이 더욱 막중해졌다. 그는 이날 “추석 연휴라고 쉬면 몸이 무거워진다. 꾸준히 훈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이원은 추석 연휴 기간인 1∼2일 러시아에서 사할린과의 리그 원정 2연전, 연휴가 끝나는 10∼11일 홈경기가 있다. 선수들은 경기가 없는 3∼9일도 훈련으로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스위프트는 가족이 보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 “여름 3개월간 캐나다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면서 “연휴에 훈련하는 게 쉽지 않지만 내가 하는 일의 일부”라고 답했다.

한국생활 5년차인 미국 출신 테스트위드는 명절이 되면 가족 생각이 많이 난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는 “가족들이 멀리 있어서 보기 어렵고 슬프다. 지난 설에 한복을 입고 만둣국을 먹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는데 이번 추석에도 영상통화로 가족을 찾아야할 판”이라고 웃었다. 그는 그리움을 평창동계올림픽의 호성적으로 달래겠다고 다짐한다.

테스트위드는 “지난 4년간 머릿속에 그려왔던 올림픽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좋은 성적을 내려면 몸 상태를 지금부터 끌어올려야 한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스위프트 역시 “하이원의 승리, 그리고 평창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게 목표다.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휴일을 가리지 않고 땀을 흘리고 있으니 올림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봐달라”고 국민들에게 응원을 당부했다.

또다른 실업팀인 안양 한라 역시 추석이 더욱 바쁘다. 지난달 27∼1일 일본에서 리그 4경기를 치른 한라는 연휴 기간인 7∼8일 한국에서 잇달아 경기에 나가는 등 강행군 일정이다. 이 팀의 귀화 선수들도 일본에서의 경기를 마친 뒤 돌아와 하루 2∼3시간의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골리 맷 달튼(31)은 “조만간 아내와 아들이 한국에 와 뒤늦은 추석 기분을 낼 생각”이라며 웃었다.

달튼은 대표팀에서도 수문장을 맡고 있다. 세계랭킹 21위인 한국은 평창올림픽에서 체코(6위) 스위스(7위) 캐나다(1위) 등 강팀과 맞붙는다. 달튼은 “세계 정상급 팀들과의 경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경기 결과에 대한 고민보다는 최상의 컨디션으로 뛸 수 있도록 몸 관리에 신경쓰겠다”고 다짐했다.

2013년 한국인이 된 ‘귀화 선수 1호’ 안양 한라의 브락 라던스키(34)는 현재 한국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어 다른 동료 외국인들보다는 여건이 낫다. 그러나 그 역시 리그 때문에 추석 연휴가 바쁜 건 마찬가지다. 라던스키는 지난해 고관절 수술을 받은 탓에 평소보다 더욱 몸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한국 국민들이 즐거운 추석 연휴를 보내시길 바란다”며 “올림픽에서 한국 아이스하키가 새로운 역사의 한 획을 그을 수 있도록 보탬이 되고 싶다”고 희망했다.

고양=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