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노숙인 1만1340명… 절반이 우울증

입력 2017-09-28 05:00 수정 2017-09-29 15:41
지난해 전국 거리와 시설 등에 있는 노숙인은 1만1340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절반가량이 우울증을 갖고 있고 1주일에 12잔 이상 음주를 하는 등 건강이 위태로웠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노숙인 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거리 노숙인 1522명, 일시보호시설 노숙인 493명, 자활·재활·요양 등 생활시설 거주 노숙인 9325명, 쪽방주민 6192명이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진행됐으며 관련법에 따라 조사 대상에 쪽방 주민도 포함됐다. 노숙인의 규모 특성 건강 등을 심층분석한 정부 차원의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결과 노숙인의 51.9%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고 45.3%는 1주일에 12잔 이상 ‘문제성 음주’를 하는 등 알코올 의존도가 높았다. 우울증 평가도구(CES-D)를 이용한 조사 결과 쪽방주민이 82.6%로 가장 높았고 거리 노숙인 69.0%, 시설 노숙인 27.7% 순이었다. 문제성 음주자 가운데 29.3%는 주 2∼3회 이상, 18.5%는 주 4회 이상 음주한다고 답했다.

전체 노숙인 수는 2000년대 5000명 수준이었으나 2010년 이후 6년 연속 1만명을 넘겼다. 사망 등으로 줄어드는 변수를 고려하면 매년 새로운 노숙인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노숙하는 이유로는 ‘질병이나 정신질환 등 장애’(25.6%)가 가장 많았고 ‘이혼·가족해체’(15.3%) ‘실직’(13.9%) 등이 뒤를 이었다.

노숙인의 건강 상태도 전반적으로 좋지 못했다. 진단받은 적이 있는 질환(복수응답)은 고혈압·당뇨병 등 대사성질환(36.1%) 치과질환(29.5%) 조현병·우울증 등 정신질환(28.6%) 순이었다. 특히 거리 노숙인의 31.0%는 몸이 아파도 참는다고 답해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을 하고 스스로 돈을 버는 자활 비율은 36.0%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취업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들은 일자리를 얻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건강문제(33.3%)를 꼽았다. 47.3%는 직업이 없는 상태로 기초생활보장급여나 기초연금 등 복지급여로 수입을 얻고 있었다. 노숙인이 가장 원하는 복지 서비스는 소득보조(36.9%)였다.

복지부는 이번 조사를 토대로 ‘제1차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 종합계획(2016∼2020년)’의 보완 대책을 발표했다. 노숙인의 의료지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입원료가 면제되는 노숙인 지정병원을 현재 260개에서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알코올 의존증이 있는 노숙인은 노숙인종합지원센터를 통해 의료적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직업훈련 프로그램 등을 통해 자활 노숙인을 늘리고, 주거안정을 위한 지원도 강화할 방침”이라며 “노숙인이 추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안전망도 정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