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전 내내 진흙탕… 반포주공 재건축 후폭풍 예고

입력 2017-09-28 05:01
27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반포주공 1단지 재건축 건설업자 선정 등을 위한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임시총회에서 조합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투표결과 현대건설이 1295표를 얻어 886표에 그친 GS건설을 제치고 시공사로 선정됐다. 윤성호 기자
현대건설이 GS건설을 제치고 서울 강남권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번 수주로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향후 예정된 굵직한 재건축 사업에서도 현대건설이 주도권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7000만원 이사비 무상 지원을 포함해 수주전 내내 이어진 출혈 경쟁과 진흙탕싸움 탓에 상처만 남은 승리라는 비판도 크다. 개별 아파트 수주전에 정부가 개입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고가의 선물과 향응 제공 논란까지 일었다. 이를 두고 건설업계의 자정과 함께 재건축 수주 관련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조합에 따르면 27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현대건설은 1295표를 얻어 886표를 획득한 GS건설을 따돌리고 시공권을 따냈다. 조합원 2294명 중 2193명(95.6%)이 참여(부재자 투표 1893명 포함)했다.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사업은 공사비 2조6000억원을 비롯해 총 사업비가 1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단일 주택공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라 두 건설사 모두 사활을 걸고 수주에 임했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과 임병용 GS건설 사장이 총회에 참석해 조합원에게 큰절을 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건설업계는 자금력을 앞세운 파격적인 금융지원 조건을 현대건설의 승리 비결로 꼽고 있다. 조합원당 7000만원을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파격 조건을 제시해 3년 전부터 전담팀을 꾸려 수주를 준비해온 GS건설을 압도했다는 평가다. 정부가 법령 위반 소지가 있다며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이사비 무상 제공에 상응하는 혜택 제공까지 약속하면서 막판 선거 판세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수주로 현대건설은 명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했다”며 “강남 최고 부촌으로 꼽히는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 수주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주전은 끝났지만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우선 과도한 ‘제살깎기’로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각 건설사는 수주를 위해 조합원을 상대로 수십만원대 고급 굴비세트 등의 선물뿐 아니라 고급 호텔에서 식사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의 경우 수입산 초호화 명품 브랜드 인테리어와 마감재 제공 등을 제시했고, 후분양제 조건도 내걸었다. 수주전 승리를 위해 들인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건설사가 분양가를 올릴 경우 주변 집값이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경쟁 상대였던 GS건설이 소송 불이행 각서를 제출하지 않아 향후 입찰 무효소송 등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소송 등으로 사업이 늦어지면 연말까지 관리처분 계획 승인 신청을 못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적용받게 된다.

이를 두고 재건축 과열 양상을 완화하고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건설사가 고용하는 홍보회사가 뿌리는 금품이나 허위 비방에 대해 건설사에도 책임을 지우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윤리교육뿐 아니라 정비사업 전문가 자격제도 등을 검토해 무분별한 경쟁과 비리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