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그룹 리스크는 회색코뿔소… 내년 통합감독”

입력 2017-09-28 05:00

2013년 동양그룹의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은 전대미문의 사건이었다. 피해자가 4만명, 피해액은 1조원을 넘었다. 당시 동양그룹은 동양증권을 통해 부도 직전의 자회사 CP를 팔고, 동양파이낸셜대부를 통해 계열사에 자금을 불법 지원했다.

금융당국이 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내년에 금융그룹 통합감독 체계를 도입한다. 감독 대상 범위를 삼성·현대자동차 등 대형 금융그룹 7곳으로 제한하는 방안, 모든 복합금융그룹 17곳으로 정하는 방안 등이 검토된다. 복합금융그룹은 은행, 보험 등 2개 이상 금융계열사를 가진 기업집단이다. 감독 대상이 되면 그룹 내 내부거래 및 자본 규제를 받게 된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재연 선임연구위원은 27일 열린 공청회에서 이 같은 방안을 발표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공청회 축사에서 금융그룹 리스크를 ‘회색 코뿔소’(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에 비유했다. 최 위원장은 “회색 코뿔소가 달려올 때 땅이 흔들리며 위험 신호를 주는데, 이를 무시하면 큰 위기를 겪게 된다”며 “연쇄효과가 큰 금융그룹 리스크를 미리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금융지주회사법을 바탕으로 금융지주회사에 통합감독을 시행 중이다. 금융그룹은 여기에서 벗어나 있다. 금융그룹이 대형화되면서 그룹의 위험이 경제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정작 규제는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합감독이 시행되면 비금융 계열사가 금융그룹에 부담을 주는 만큼 새로 자본을 더 쌓아야 한다. ‘삼성 금융그룹’이 감독대상이 되면 규제 수준에 따라 약 20조원의 삼성전자 지분만큼 자본을 추가로 쌓아야 할 수 있다. 자본을 확충하지 못하면 삼성생명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불필요하게 시장의 부담을 늘릴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금융위원회는 다음 달에 감독 대상 및 규제 수준을 확정할 계획이다.

감독 대상 범위는 그룹 총자산이 20조원 이상인 삼성 등 7곳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복합금융그룹 17곳을 모두 감독하기는 여력상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