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가 댓글공작에 개입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넘어 그 윗선인 이명박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조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개혁위는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와 세월호 문제,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등 남은 과제를 정리한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 조사 결과를 다음달 말 공개할 방침이다.
개혁위 공보간사인 장유식(사진) 변호사는 2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러 정황상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개입은 확실하지만 윗선에 대해서는 좀 더 정교한 조사와 진술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2008년 광우병 파동 이후 정책 기조가 바뀌면서 국정원이 이런 일(정치 개입)에 동원됐다”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국정원 공작이 본격화된 시점을 ‘원 전 원장 취임 이후’로 특정했다.
개혁위는 국정원이 대통령 재가 없이 심리전단 확충 등 직제 개편이 불가능하다는 점과 원 전 원장의 대통령 독대, 국정원이 작성한 ‘VIP 일일 보고’ 등을 윗선이 개입한 유력한 정황으로 판단하고 있다. 개혁위 핵심 관계자도 “검찰이 이 전 대통령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원 전 원장 진술 외에 서류 등 다른 방식의 증거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그것이 마지막 퍼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박근혜정부에서의 국정원 정치 개입도 추가 조사대상이다. 장 변호사는 “원 전 원장의 재판과 연결돼 이명박정부 일이 먼저 부각됐지만 외곽팀과 문화예술계 블랙·화이트리스트 등도 결국 심리전단이 중심이었다”며 “심리전단이 박근혜정부에서 관여한 부분도 당연히 들여다보고 있고 내용이 정리되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화이트리스트 조사와 세월호 문제,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에 대한 간첩조작 사건 정도를 국정원 개혁위의 남은 과제로 지목했다.
개혁위는 보수단체 지원 등 화이트리스트 문제를 별도 과제로 삼아 현재 조사 중이다. 세월호 관련 여론 조작과 서울시 간첩조작 사건은 아직 조사 진행이 더뎌 다음달 중순 이후에나 가닥이 잡힐 것으로 관측된다.
개혁위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른바 ‘논두렁 시계 보도’ 진상 조사는 당분간 묻어두기로 했다. 장 변호사는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말을 하지 않고, 국정원 서버에도 관련 자료가 없고, 당시 검찰 출입하던 국정원 직원의 자백도 없는 상태”라며 “현재로서는 조사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이어 “자유한국당도 개혁위에 ‘노무현정부나 김대중정부 때 일어났던 적폐’ 10가지를 조사해 줄 것을 요청해 왔다”면서 “기본적인 예비조사 후에 조사 여부에 대해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건희 김판 기자moderato@kmib.co.kr
“댓글공작, 원세훈 개입 확실… 윗선은 정교한 조사 필요”
입력 2017-09-28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