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영란법 열기 시들… 위반자 없나? 신고 안하나?

입력 2017-09-27 19:31 수정 2017-09-27 22:07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는 112 신고가 시행 직후엔 한 달에 300건이 넘었지만 지난달엔 1건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 28일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후 지난 25일까지 112에 접수된 위반 신고는 모두 358건이었다. 신고 대부분은 시행 초기에 몰려 있었다. 지난해 9월 28일부터 10월 말까지 307건이 접수됐지만, 11월 37건, 12월 4건으로 줄다가 올 1월엔 접수된 112 신고가 한 건도 없었다. 올해는 3건이 접수된 지난 5월이 가장 많이 접수된 달이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청탁금지법 시행 초기엔 국민들의 관심이 많아 ‘이런 사례가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하느냐’는 ‘문의성 신고’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법 시행 초반에는 한 대학생이 교수에게 캔커피를 건넸다는 신고가 접수되는 등 청탁금지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신고가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무분별한 신고가 줄어든 것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탁금지법 도입이 우리 사회에 워낙 큰 변화여서 초반에는 잦은 위반 신고가 있었지만 이제는 법 실행이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봐야 한다”면서 “법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법을 조심하는 태도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청탁금지법 위반 관련 112 신고가 접수되면 증거를 첨부해 서면 신고를 접수하라고 안내하고 서면 신고를 한 경우에만 내사나 수사에 착수한다. 지난해 9월 28일부터 지난 25일까지 접수된 서면 신고는 44건이었고, 경찰은 이 중 37건의 수사를 마쳤다. 15건에 대해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중 형사처벌이 결정된 경우는 한국도로공사 전 직원이 업무와 관련해 알고 지내던 업체 관계자로부터 돈을 받았다가 수원지법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경우가 유일하다.

서울대병원의 한 교수가 후배 교수 17명으로부터 764만원 상당의 골프채 세트를 받은 사건, 전북의 한 대학교 축구부 감독이 학부모 20명으로부터 월급 등 명목으로 3560만원을 받은 사건 등은 아직 법원의 판결이 나지 않았다.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사건 외에는 대부분 내사 종결(12건)하거나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5건)했다.

시민의 서면 접수 외에 경찰이 자체적으로 자신과 관련된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을 청문감사관실 등에 신고한 경우는 11건이었다. 이 중 2건은 정식 수사가 시작됐다. 마약 사건으로 조사를 받는 피의자의 가족이 담당 경찰에게 2000만원을 준 사건은 해당 경찰이 청문감사관실에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신고해 정식 수사가 시작됐다. 이 사건의 뇌물은 대가성이 있었기 때문에 뇌물공여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 외 7건은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청탁금지법은 주고받은 금품의 액수가 100만원을 넘지 않으면 금품 액수의 2∼5배를 과태료로 부과한다. 자체 종결된 사건은 2건이었다.

글=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