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소기업정책을 중심으로 하는 ‘혁신성장’의 구체적인 밑그림 그리기에 착수했다. 경제 분야 국책연구기관을 한데 모아 과거 정부와 차별화한 아이디어 마련을 주문했다. 올해까지 4년째 26위에 머무르고 있는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 하지만 노동시장 유연성처럼 분배에 무게를 둔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전략과 배치되는 측면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차별화보다는 간극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27일 고형권 1차관 주재로 ‘혁신성장 연구기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한국개발연구원과 산업연구원 등 6개 국책연구기관의 부원장급 연구위원들이 참석했다. 민간에서는 박종환 카카오 이사가 배석했다. 고 차관은 간담회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혁신주도형 경제구조 전환이 필요하다”며 “과거 정책과 차별화 요소에 논의를 집중해 달라”고 주문했다.
참석자들 모두 혁신성장 자체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독일이나 이스라엘과 같은 선도국가들의 고용률 증가 기반이 혁신에 있었다는 점을 예로 삼았다. 구체적으로 연구·개발(R&D) 지원 및 평가체계, 정책금융, 중소기업, 규제 완화가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이번 논의는 답보 상태인 국가경쟁력과 무관하지 않다. 이날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발표한 2017년 국가경쟁력 순위를 보면 한국은 137개국 중 26위를 기록했다. 2014년 26위로 떨어진 후 순위 변동이 없는 상태다.
노동시장 효율성과 금융시장 여건이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분석된다. 각각 지난해보다 4계단, 6계단씩 오르기는 했지만 여전히 73위, 74위로 전체 국가 중 중위권 수준이다.
점진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기업혁신 역시 영향을 미쳤다. 기업혁신 순위는 지난해보다 2계단 오른 18위를 기록했다. 언뜻 높아진 것 같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공공구매나 국제특허출원 등의 순위가 오른 반면 기업경쟁력의 척도인 기업혁신 역량과 기업 R&D 지출은 점진적 하락 추세다. 기업혁신 역량의 경우 2015년 24위에서 지난해 30위, 올해는 35위로 순위가 계속 내려가고 있다. 기업 R&D 지출 역시 2015년 21위에서 올해 28위까지 떨어졌다.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개선해야 할 과제는 보이지만 실제 실행은 녹록지 않다. 노동시장 효율성이 대표적이다. 간담회에서 사례로 든 독일처럼 고용 면에서 유연성이 필요하다. 기업에서 해고를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고용 안정성을 강조해 온 정부 정책과 배치된다. 규제 완화 역시 정부의 창업 생태계 조성 등에 필요한 요소지만, 대기업 규제 등은 오히려 강화되는 추세다.
고 차관은 “제기된 과제들이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며 “한번의 대책으로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혁신성장 외치지만… 노동 효율 73위·기업 혁신역량 후진
입력 2017-09-28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