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진천서 ‘용’ 난다… 엘리트 스포츠 요람 진천선수촌 개촌

입력 2017-09-27 19:16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계 인사들과 체육인들이 27일 충북 진천선수촌 개촌식 행사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1988 서울올림픽 주제가인 ‘손에 손잡고’를 합창하고 있다. 뉴시스
위부터 진천선수촌 전경, 태극광장, 선수 숙소. 대한체육회 제공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백년대계를 책임질 진천선수촌 시대가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27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개촌식을 열고 스포츠 선진국을 향한 새로운 도약을 선언했다.

개촌식에는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이시종 충북도지사,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양궁의 기보배 등 2000여명이 참석해 진천선수촌 시대의 개막을 축하했다.

이 총리는 “태릉선수촌이 한국 체육의 탄생과 성장의 요람이었다면 진천선수촌은 성숙과 선진화의 도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곳이 선수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주고, 국민들에겐 건강과 행복을 주는 스포츠 복지국가의 시발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영광·도약·희망을 주제로 한 개촌식 행사는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됐다. 김광선(복싱), 최윤희(수영), 허재(농구), 김미정(유도), 박상영(펜싱), 진종오(사격) 등 전·현 국가대표 선수들과 관계자들은 단상에 올라 ‘태릉선수촌 시대의 영광’과 진천선수촌에서 도약’을 주제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허재 남자 농구 대표팀 감독은 “1984년 선수로 태릉선수촌에 입촌했는데 훈련 환경이 좋았다. 그런데 감독으로 진천선수촌에 와 보니 훈련 환경이 더 좋아졌다.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해 좋은 성적을 내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로 ‘할 수 있다’ 신드롬을 일으킨 박상영은 “최근 슬럼프에 빠져 있는데, 힘든 만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이곳에서 열심히 훈련해 1년 전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진천선수촌은 2009년 2월 착공돼 완공까지 장장 8년이 걸렸다. 투입된 예산만 5130억원이었다. 진천선수촌의 부지 면적은 159만 4870㎡로 태릉선수촌(31만 969㎡)의 5배에 이르는 등 세계 최대 규모다. 선수들이 사용할 숙소는 8개 동 823실로 태릉선수촌(3개 동 358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수용 종목도 기존 12종목에서 35종목으로 늘었으며, 수용 인원 역시 450명에서 1150명으로 증가했다. 선수들의 부상 및 치료에 필수적인 최첨단 의료장비를 갖춘 메디컬센터, 경기력 향상을 위해 연구 및 측정을 할 수 있는 스포츠과학센터 등의 부대시설들도 들어섰다.

개촌식을 마친 진천선수촌은 본격적인 입촌 준비에 나선다. 10월 20일부터 태릉선수촌의 배드민턴, 볼링, 태권도, 체조 등 16개 종목의 장비 이전이 시작된다. 체육회는 11월 30일까지 일부 동계종목을 제외한 종목들의 선수촌 이전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진천선수촌이 개촌함에 따라 1966년 설립된 이래 각종 국제대회에서 한국 메달의 산실 역할을 해 왔던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태릉선수촌은 51년의 역사를 마감한다. 역대 하계올림픽 금메달 90개, 동계올림픽 금메달 26개 등 총 116개의 금메달을 배출한 태릉선수촌은 존치와 철거의 갈림길에 섰다.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여자 유도 금메달을 따낸 김미정 용인대 교수는 “태릉선수촌은 내겐 제2의 고향과 같은 곳”이라며 “만약 없어진다면 나의 역사뿐만 아니라 한국 체육 역사가 사라지게 된다. 문화재로 보존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