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커스] 복합쇼핑몰의 역설… 주변상권 매출도 늘려

입력 2017-09-28 05:03

도심에 복합쇼핑몰이 들어선 뒤 쇼핑몰 주변 소상공인의 매출액이 늘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대형 유통업체가 들어서면 골목상권이 위축된다는 기존 연구를 뒤집는 결과다. 그동안 복합쇼핑몰은 고용창출 효과가 큰 유통서비스업임에도 ‘지역상권을 죽인다’는 반발에 부닥쳐 입점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복합쇼핑몰이 문재인정부가 강조해온 ‘일자리 만들기’와 ‘골목상권과의 상생’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소기업연구원은 지난 7월부터 지난달까지 롯데몰 수원점과 스타필드 하남점 등 4개 복합쇼핑몰 주변에 있는 소상공인(소매·유통 및 음식업)의 매출액 및 점포 수 변화를 분석한 연구 보고서를 27일 발표했다. 복합쇼핑몰이 들어서기 1년 전부터 지난 4월까지 나이스지니데이타에 집계된 점포당 추정 매출과 점포 수를 분석했다.

조사 결과 모든 복합쇼핑몰에서 7㎞ 미만 거리에 있는 소상공인의 매출액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몰 수원점 주변 소상공인의 경우 쇼핑몰이 입점한 뒤 29개월이 지났을 때 매출액이 입점 전보다 4∼1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다른 복합쇼핑몰도 비슷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경우 입점 20개월이 지나자 쇼핑몰로부터 3㎞ 이내에 있는 음식업 소상공인 매출이 21.64% 증가했다.

다만 복합쇼핑몰에서 멀리(7∼10㎞ 미만) 떨어진 소상공인의 매출액은 쇼핑몰 입점 초기에 줄었다가 시간이 지나며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경우 소매·유통업 소상공인의 매출액은 입점 6개월이 지났을 때 입점 전보다 4.27% 줄었지만 20개월 뒤에는 2.67%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롯데몰 수원점의 경우에도 입점 6개월이 지났을 땐 소매·유통업 소상공인의 매출액이 11.71%나 떨어졌지만 29개월 뒤에는 1.74%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연구원 관계자는 “새로 들어선 거대 상권이 주변 상권을 찾는 소비자까지 끌어모으는 ‘빨대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매출액 증가가 기존 소상공인의 영업이 잘 돼서가 아니라 대형 프랜차이즈가 골목상권을 대체하면서 나타난 현상일 수 있다고 연구원은 지적했다. 중기연구원 관계자는 “점포 수 변동 추이를 보면 복합쇼핑몰 주변 소상공인 점포가 입·폐점을 반복하고 있다”며 “기존 소상공인이 폐점하고 프랜차이즈가 입점한 ‘내몰림 효과’가 나타난 것일 수도 있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글=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