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집권 기독민주당(CDU) 대표인 앙겔라 메르켈(사진) 총리를 향해 이번 총선의 저조한 득표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을 사퇴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디벨트, 도이체벨레 등 현지 언론은 기민당 내 우파 당원 모임인 자유보수출발(FKA) 등 강경파의 사퇴 요구 목소리를 전했다. FKA를 이끄는 알렉산더 미츄 대표는 “당이 총리실에 의해 좌우되지 않으려면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면서 “당에는 리더가 될 만한 뛰어난 인물이 많다”고 밝혔다. 미츄 대표는 차기 리더로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 옌스 슈판 재무차관 등을 거론했다.
기민당은 기독사회당(CSU)과 연합해 지난 24일 총선에서 득표율 33%로 제1당 지위를 유지했다. 메르켈도 2005년 첫 현직에 오른 뒤 4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득표율은 1949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총선 때와 비교해도 8% 포인트 넘게 빠졌다.
FKA는 최근 기민-기사 연합의 지지율 하락은 당의 좌경화와 메르켈의 인기 하락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FKA는 총선 투표 당일에도 이미 총리직과 당 대표직 분리를 요구하는 한편 당의 좌경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페터 타우버 사무총장의 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
메르켈 총리는 2000년 당이 정치자금 추문 위기에 몰려 변모하던 과정에서 당 대표에 올랐다. 기민당 대표직은 2년마다 1000명 안팎의 대의원 선거를 통해 결정된다. 그는 지난해 12월 지지율 89.5%로 또다시 선출되며 18년째 대표를 맡고 있다. 과거 자신의 정치적 후견인이기도 했던 헬무트 콜 전 총리(25년5개월)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랜 기간 대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메르켈 총리는 총선 이후 연정 구성 방향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기존에 CDU-CSU와 대연정을 맺은 사회민주당(SPD)이 이번엔 야당으로 남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메르켈 총리는 SPD와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놓는 한편 보수적인 자유민주당, 진보적인 녹색당과 함께 연정을 구성하는 방안도 타진하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당 대표 물러나라”… 이기고도 내분 휘말린 메르켈
입력 2017-09-28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