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눈물 젖은 빵’ 먹어도 포기는 없다

입력 2017-09-27 19:20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 박병호가 지난 2월 2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에서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박병호(31·미네소타 트윈스)가 계속 메이저리그 도전을 이어간다. 올해 단 한 차례도 빅리그를 밟아보지 못한 박병호는 좌절할 법하지만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또다시 가시밭길 속 행보를 선택하고 나섰다. 최근 빅리그에 도전했다 1∼2년 만에 한국으로 유턴하거나 복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선수들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한국 최고의 거포 박병호의 도전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이다.

데릭 팔비 미네소타 야구 부문 사장은 27일(한국시간) 현지 매체 파이어니어 프레스와 인터뷰를 통해 “박병호가 이번 오프시즌 내내 미국에서 운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팔비 사장은 “박병호는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뒀지만 여기서는 기복이 있었다”며 “박병호가 적응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박병호가 기회가 왔을 때 준비돼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미네소타는 포스트시즌을 대비해 박병호를 예비 전력으로 편성할 방침이다.

박병호는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거포였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했다. 이에 2015년 말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네소타와 4년 1200만 달러, 최대 5년 구단 옵션이 낀 1800만 달러에 계약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데뷔 첫 해였던 지난해 초반에는 홈런을 펑펑 때려내며 메이저리그에서도 힘 있는 타자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불운하게도 그해 8월 손목 수술을 받고 시즌을 접었다.

올해는 최악이었다.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기도 전에 40인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어 초청선수 신분으로 참가한 시범경기 동안 19경기에서 타율 0.353(51타수 18안타), 6홈런 13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지만 마이너리그행 통보를 받았다. 트리플A에서 절치부심했지만 111경기 출전에 타율 0.253(419타수 106안타), 14홈런, 60타점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이에 박병호의 한국 복귀가 예상됐다. 더군다나 올해 초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뛰던 이대호가 친정팀 롯데 자이언츠로 돌아갔고 이달 초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황재균마저 국내로 유턴했다. 마이너리그에만 머물렀던 박병호도 이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박병호는 달랐다. 박병호는 지난 7월에도 “미네소타와의 계약기간을 채울 것”이라며 “더 나은 선수가 되기 위해 마이너리그 생활을 잘 견뎌내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병호가 포기하지 않고 미국 잔류를 결심한 것은 그의 과거 행적과 성격 때문이다. 박병호는 한국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어봤다. 거포 유망주로 2005년 LG 트윈스로부터 1차 지명에 3억3000만원의 계약금까지 받았지만 2010년까지 단 한 번도 한 시즌 두자릿 수 홈런을 치지 못했다. 항상 2군에서 만년 유망주로 불렸다. 하지만 야구를 대하는 진지함과 겸손함으로 이를 극복하고 이듬해 넥센 히어로즈로 트레이드된 후 전성기를 구가했다. 박병호는 또 초심을 잃지 않는 선수로 유명하다. 국내에 있을 때도 “부진할 때마다 ‘내가 언제부터 야구 잘했다고 그러느냐’고 아내와 이야기했다”고 말해왔다.

박병호의 도전 정신에 많은 팬들이 박수를 아끼지 않고 있다. 넥센 시절 박병호를 영입해 키운 김시진 전 롯데 감독은 2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박병호는 말수가 없었지만 목표의식이 뚜렷했다”고 전했다. 이어 “외부에선 박병호가 돌아오지 않겠느냐는 말이 많았지만 박병호는 지금 돈이 문제가 아니고 계속 도전해 뛰어난 메이저리거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겠다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차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감독은 “박병호는 기회를 계속 주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미네소타도 이런 면을 잘 감안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