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와 접한 불가리아 남부 산악지대 몸치로프치. 인구 1200명 정도로 불가리아 사람들조차 잘 알지 못하는 곳이지만 때아닌 중국어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 중국 여행을 가려는 게 아니라 중국인 손님을 맞기 위해서다.
이 마을을 찾는 한해 5000∼6000명의 관광객 중 중국인은 1000명에 달한다. 중국인이 몰리는 이유는 요구르트 때문이다. 지난 8일 올해로 벌써 3회째를 맞은 ‘중국-불가리아 요구르트 축제’가 열렸다. 마을 곳곳에는 불가리아어, 영어와 함께 중국어 간판이 걸리고 어린이들도 ‘니하오’(중국어로 안녕하세요)를 외치며 홍보 전단을 나눠줬다. 상하이에서 축제를 보러 왔다는 린 레이씨는 “중국인에게 불가리아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요구르트와 장미”라고 말했다.
몸치로프치가 중국인에게 알려진 것은 2009년 중국 유가공업체 광밍(光明)이 이 지역 요구르트 속 유산균으로 ‘모쓰리안’이라는 이름의 제품을 만들어 팔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포장에는 전통 복장을 입은 불가리아 여성을 내세웠다. 2008년 가짜 분유 사건을 겪은 중국인들은 ‘장수마을 사람들이 먹는 요구르트’의 매력에 금세 빠져들었다. 지난해 모쓰리안 요구르트 매출액이 60억 위안(약 1조원)에 달할 정도다. 2014년 리얼리티 프로그램 중국판 ‘서바이버’에 7명의 출연자가 사전 하나만 들고 몸치로프치에 던져져 생존하는 모습이 방영되면서 더욱 호기심을 자극했다.
더 많은 중국인이 불가리아의 작은 마을을 찾기에는 아직 큰 난관이 남아 있다. 중국과 불가리아 간 직항로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몸치로프치까지 가려면 먼저 유럽 내 주요 도시에 내려 유럽 국내선을 이용해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까지 간 뒤 육로로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한다. 지난해 불가리아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1만8500명에 불과하다고 AFP통신은 27일 전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
1200명 사는 불가리아 오지에 유커 몰려드는 이유
입력 2017-09-28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