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B-1B 비행은 北국방비 고갈작전의 일환”

입력 2017-09-28 05:04

미국 전략폭격기 B-1B 랜서의 지난 23일 북한 동해상 국제공역 야간비행은 북한 국방력을 약화시키는 ‘고갈 작전’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책연구소의 한 전문가는 27일 “북한이 B-1B 비행에 대해 방공능력 강화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이라며 “공격용 핵·미사일 전력 개발에 이어 방어용 무기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할 형편이 됐다”고 말했다.

북한이 운영하는 방공망은 고사포와 미사일을 촘촘히 배치해 놓은 평양 방공망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낡은 옛 소련제 미사일이다. 황해도 사리원과 강원도 원산 인근에 배치된 사거리 300㎞의 SA-5 미사일은 중부권에서 비행 중인 우리 군 항공기를 요격할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구소련이 개발한 사거리 35㎞의 SA-3와 사거리 45㎞의 SA-2 지대공 미사일도 보유하고 있지만 배치된 지 오래돼 성능이 떨어진다. 따라서 이번처럼 미국 전략폭격기가 불시에 진입할 경우 즉각 대응이 어렵다. 다만 북한판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KN-06 미사일은 다소 위협적이다. KN-06은 위상배열 레이더와 미사일 유도체계 등을 갖추고 있다. 사거리는 60∼100㎞다.

북한이 보유한 MIG-29와 MIG-23 요격기로도 B-1B나 B-2, B-52 등 미국 전략폭격기에 근접하기 힘들 것으로 평가된다. 결국 북한의 지대공 미사일이나 항공기로는 미국 전략폭격기 요격이 불가능하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앞으로 미국이 B-1B 등 전략자산을 북한 가까이에 지속적으로 전개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북한으로선 방공망 구축을 위해 상당한 국방비를 써야 할 수도 있다. 핵·미사일에 투입될 자원을 고갈시키는 작전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