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의 신앙과 신학에 대한 목마름이 커지는 데 비례하듯, 기독교 출판계에서도 ‘벽돌책’의 등장이 부쩍 늘고 있다. 고전 반열에 오른 해외 유명 저자들의 묵직한 책들이 새로운 번역을 입고 나타난다. 국내 저자들의 대작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소위 이런 벽돌책은 목회자나 신학생용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꼭 그렇진 않다고 한다. 오히려 좋은 책은 평신도나 목회자 구분 없이 읽힌다고 출판계 인사들은 귀띔한다. 현대철학에 대한 배경지식과 깊이 사유하는 습관이 밴 독자라면, 이번 추석 연휴 동안 벽돌책에 대한 도전 욕구를 불태워 보는 건 어떨까.
요즘 가장 뜨거운 책은 앤서니 티슬턴의 ‘두 지평’(IVP)이다. 잉글랜드 성공회 사제이자, 성서학계 대부로 불리는 티슬턴의 논문으로 무려 756쪽에 달한다.
제목에서처럼 저자는 성경의 텍스트를 이해하려면 쓰여진 당시의 지평과 현재 읽는 이의 지평 사이에 융합이 필요하며, 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친다. 가다머를 비롯해 하이데거, 비트겐슈타인, 불트만의 연구 위에서 신약 성경을 읽어낸다. 언어학 및 해석학과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한층 풍성해진 현대신학의 흐름을 엿볼 수 있다.
왜 성경에 해석학을 들이대느냐는 질문을 의식한 듯 서문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해석학의 여러 문제를 충실히 인식하는 것은, 해석자가 단지 자신의 입장이나 선입견의 메아리를 다시 듣는 식으로 성경 본문을 읽는 방식에 맞설 방어 수단이 된다.”(24쪽)
윤철호 장로회신학대 조직신학 교수가 쓴 ‘인간’(새물결플러스)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학제간 연구방법을 동원해 ‘인간론’을 살피는 책으로, 648쪽이다. 인공지능까지 출현한 21세기 사회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는 여정은 비단 신학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저자는 성서 속 인간, 하나님이 바라보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현대 철학자들과 과학이 바라보는 인간론으로 그 여정을 확대해 나간다.
이어 비환원론적 물리주의 인간, 정신분석학에서 다루는 인간, 생태학적 관점에서 본 인간, 과학기술의 도전 앞에 서 있는 포스트휴먼에 이르기까지 현대사회의 다양한 인간론을 점검한다. 성경 속 인간론과 성경 밖 인간에 대한 이해 사이의 긴장과 충돌, 그리고 이를 뛰어넘은 통전적 관점에서 인간이란 존재의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김나래 기자
깊이 있는 신앙 위해서라면… ‘벽돌책’ 읽기 도전해볼까
입력 2017-09-28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