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년째 국가경쟁력 26위에 정체된 한국

입력 2017-09-27 17:38
세계경제포럼(WEF)이 전 세계 137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올해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가 4년 연속 26위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2007년 역대 최고인 11위까지 올랐으나 이후 내리막을 걸었다. WEF는 “한국이 선진국 중에는 드물게 지난 10년간 순위가 내림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몇 년 전 매킨지가 경고한 대로 위기를 감지하지 못하고 ‘서서히 끓는 냄비 속의 개구리’ 신세가 현실화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우리나라 경쟁력을 갉아먹는 주된 요인은 경직된 노동시장과 낙후된 금융이다. 노동시장 효율성은 73위에 머물고 금융시장 성숙도는 74위에 그쳤다. 특히 노사협력(130위), 정리해고 비용(112위), 고용 및 해고 관행(88위), 임금 결정의 유연성(62위),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90위) 등의 항목은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낮은 효율성이 국가경쟁력 상승을 발목 잡는 만성적 요인이라는 WEF의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 그동안 비교우위를 가졌던 기업혁신 부문도 18위로 2012년보다 2단계 하락해 약진하는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과 대비를 보였다. 정부규제 부담(95위)과 정부 정책 결정의 투명성(98위), 기업 경영윤리(90위)도 후진국 수준이다.

노동개혁과 금융개혁, 규제개혁에 박차를 가해도 부족할 판에 문재인정부는 역주행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폐지를 비롯, 박근혜정부가 지난해 초 어렵게 첫발을 뗀 노동개혁 양대 지침(저성과자 해고, 노조 동의 없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 변경 가능)을 폐기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 등 친(親)노동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노동개혁 양대 지침을 핑계로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했던 한국노총은 이제 와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오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조에 끌려다니기만 해서는 개혁은 요원하다.

답은 나와 있다. 경직된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바꾸고 노사가 다같이 양보해야 일자리가 생겨나고 경제 파이가 커질 수 있다. ‘유럽의 병자’ 독일을 강자로 일으켜세운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의 하르츠 개혁이 그걸 보여주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노동개혁을 밀어붙이는 것도 실업률을 낮추고 경제를 살리려면 정도를 걷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개혁을 포함한 구조개혁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금융 등 서비스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아직까지 인터넷은행이 은산분리 규제에 묶여 자본금 확충을 못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언제까지 은행들이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이자놀이만 하도록 내버려둘 셈인가. 추락하는 국가경쟁력 성적표를 보면서도 정부가 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