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예산이 매년 큰 폭으로 늘면서 사회복지 서비스 전달체계 정비 필요성은 오래 전부터 강조됐다. 그러나 좀처럼 바로잡히지 않는다. 지난해만 해도 검·경과 감사원에 적발된 각종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사례가 7000억원이 넘었다. 정부 복지 재원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되지 않고 엉뚱한 사람의 배만 불려서는 복지 예산을 아무리 늘려도 소용이 없다.
이런 점에서 감사원이 복지사업 재정지원 관리실태를 점검해 27일 발표한 내용은 실망을 주기에 충분하다. 정부가 수급자격 적격성 확인 등 전달체계 정비를 위해 각종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수도·전기가 끊어져 고통 받는 취약계층을 찾는 시스템이 이미 갖춰졌는데도 담당자가 활용하지 않아 어려운 이웃 75만명이 혜택을 보지 못했다. 사회보장 급여를 집행하는 지방자치단체에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자격을 상실한 사람에게 예산 143억원을 부당 지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상식적으로 자기 돈이었으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차피 누구에게든 주면 그만이라는 식의 나태한 업무처리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비슷한 감사 결과 발표가 반복되는 점을 고려하면 적발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기초·장애인 연금 인상, 국가치매책임제를 비롯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아동수당 신설 등에 힘을 쏟고 있다. 국회에서는 이를 감당할 수 있느냐를 두고 격한 말이 오간다. 예산확보 방안을 놓고서도 찬반 논란이 치열하다. 그런데 정작 정비돼야 할 전달체계는 방치됐다. 이미 많은 사람이 생활 속에서 복지 누수를 직접 목격하며 개탄하고 있다. 동네마다 나오는 “어느 집 누가 거짓말로 얼마를 타갔다”는 이야기를 정부와 지자체는 정말 듣지 못했는지 의문이다. 만연한 부정수급 고리를 끊지 않은 채 외치는 복지 확충은 공허할 뿐이다.
[사설] 복지정책 성공하려면 눈먼 돈부터 막아야
입력 2017-09-27 1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