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김현] 대법관 구성 다양화가 사법 신뢰 첫걸음

입력 2017-09-27 19:00

김명수 제16대 대법원장의 취임을 축하한다. 김 대법원장은 정치권력과 여론으로부터 사법부의 독립을 지킬 확고한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또 사법부 내부의 다양한 의견을 민주적 절차에 의하여 수렴하고 법원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 대법원장은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할 수 있도록 대법원 구성을 다양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동안 대한변협은 사법부의 관료화를 반대하고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를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김 대법원장은 대법관을 제청하고 법관 인사를 하는데 있어 보수와 진보 성향의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감각을 발휘해야 한다. 유능하고 신망이 두터운 변호사 중에서 대법관을 임명해, 대법관이 고위 법관의 최종 승진 자리로 운영되던 관행을 타파할 필요가 있다. 법원 출신 아닌 순수 재야 변호사 중 대법관을 임명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고 주로 남성, 서울대, 판사 출신으로 이뤄진 폐쇄적이고 획일적인 대법원 구성을 바꿔야 한다.

최근 ‘블랙리스트 사태’로 홍역을 앓는 사법부에 대한 개혁이 시급하다. 대법원은 법의 해석과 적용을 담당하는 최고기관으로서 국민의 다양한 이해와 사회적 가치를 판결에 담아내고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고위법관이 퇴직 후 변호사로서 법원으로부터 특혜를 받는다는 전관예우는 선진국에서 유례가 없는 부끄러운 일이며 사회정의에도 맞지 않다. 이 때문에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나오고 국민이 사법제도를 신뢰하지 않는 것이다. 전관예우 방지를 위해 대한변협은 4대 최고위직(대법관·헌법재판관·법무부장관·검찰총장)에 대해 최소한 2년간 변호사 등록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또 이러한 권고조치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박영선 민주당 의원과 함께 4대 최고위직의 경우 2년간 변호사 등록금지, 고법 부장판사와 검사장은 퇴직 후 직전 근무지 사건을 최대 3년(종전 1년) 수임 금지, 대법관은 영원히 대법원 사건을 수임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였다.

인사개혁 측면에서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로 인해 대법원장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강해져 판사의 독립성을 해친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공정한 재판, 좋은 판결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 판사는 격려하고 상을 줘야 하는데 고등부장 승진제도가 없어지면 이를 보상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모범적인 판사들의 근무의욕이 상실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 폐지는 신중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대한변협은 법관에 대한 변호사들의 평가를 법관 인사에 반영하는 방안도 입법 추진하고 있다. 서울 등 전국 14개 지방변호사회는 2008년부터 매년 법관 평가를 한 뒤 이를 대한변협에 보고하고 있다. 법관 평가를 해보면 하위 법관으로 뽑힌 판사는 매년 나쁜 평가를 받고, 특별히 달라지지 않는다. 변호사들이 직접 관여한 사건에 한해 실명으로 평가하며 그동안 축적된 자료가 많기에 공정성에 문제가 없다. 김 대법원장은 변호사단체의 법관평가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 법관 인사에 반영해줄 것으로 믿는다.

김 대법원장은 민사 상고심 사건의 필수적인 변호사 변론주의와 민사 국선 도입, 디스커버리(재판전 증거조사) 제도 도입, 소송인지대 감액 같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재판제도 개선도 과감하게 하기 바란다. 상고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사실심이 부실한 상태에서는 상고심이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현실은 과중한 재판 부담 때문에 그렇지 못하다. 상고법원을 신설해 상고심에서 충실한 심리를 하게 할 필요가 있다.

사법부는 판결로만 말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정치화해서는 곤란하다. 국민들의 불안을 덜어주고 형평성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 김 대법원장이 사법부를 안정적으로 이끌며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을 함으로써 법치주의와 민주주의가 바로 서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김현 대한변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