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틈이 읽고 묵상하고… 추석, 영성도 풍요롭게

입력 2017-09-28 00:37
책 속에 길이 있고, 쉼이 있다. 올 추석 연휴 동안 책으로의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픽사베이
올 추석 연휴는 그 어느 때보다 길다. 그만큼 책 읽기 좋은 시간이다. 인터넷교보문고 종교 분야 조수철 MD, 갓피플몰 안지영 MD, 로고스서원 김기현 목사의 도움을 받아 이번 연휴에 읽어보면 좋을 책들을 골랐다. 오프라인 서점은 추석 당일을 빼고 나머지 연휴 기간에 문을 연다. 하지만 온라인 서점에서 원하는 책을 주문해 집에서 읽으려면, 금요일 전까지 주문을 마쳐야 계획대로 책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저마다 취향에 따라 추석 연휴 필독목록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올해도 또 싸울래?… ‘가족과 나’를 위한 책

유난히 긴 연휴가 끝날 쯤, 다들 지친다. 분명히 쉬었는데 마음은 편치가 않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엔 어김없이 갈등도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식구들이 모이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단골 레퍼토리 같은 크고 작은 다툼이 생길지 모른다. 오랫동안 쌓여있던 상처, 쉽게 회복되지 않는 서운함 같은 감정들. ‘우리 집안은 믿는 가정입니다’라고 말하기엔 왠지 부끄러운 우리 가족의 민낯이 있는가? 올해는 좀 바꿔보면 어떨까.

가족과 나를 위한 책으로 ‘5가지 사랑의 언어’(생명의 말씀사)를 강력 추천한다. 저자는 부부들을 위해 40년 이상 상담사역을 해온 게리 채프먼. 실제 부부들의 풍부한 사례를 통해 소통하고 사랑하는 법을 제시한다. 그가 제시하는 사랑의 언어는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육체적인 접촉, 봉사 이렇게 5가지다. 추석 연휴 동안 실제로 가정에서 적용해볼 수 있는 것들이다. 2010년 발간 이후 꾸준히 팔리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안지영 MD는 “사랑하는 마음은 있지만 상대방 마음을 살피지 못해 가족 간에 오해와 상처가 쌓였던 분들께 추천한다”며 “소통하는 사랑은 우리가 배워야 하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팀 켈러, 결혼을 말하다’(두란노) 역시 읽어볼 만하다. 조수철 MD는 “나, 또는 배우자 중심의 불필요한 조언이 아니라 당신과 그리스도의 관계에 주목한 팀 켈러 목사의 균형 잡힌 성경적 결혼관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독박 육아가 아니라 ‘말씀대로’ 육아법을 제시하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엄마’(규장), 김양재 목사가 성경 느헤미야 본문을 통해 가정을 거룩하게 지키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가정아 살아나라’(두란노)도 권장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로고스서원의 대표 김기현 목사는 ‘우리 집’에만 시선을 가두는 것이 아니라 확장된 공동체로 시선을 돌려보는 책읽기를 권했다. 노숙인을 위한 무료 급식소 바나바하우스 밥집을 섬기는 김현일 대표가 쓴 책 ‘바하밥집’(죠이북스)은 이 땅의 하나님 나라에 대한 묵상으로 연결된다. 김 목사의 책 ‘불완전한 삶에게 말을 걸다’(예수전도단) 역시 복음에 비춰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삶이 가족 안에서, 세상 안에서 어때야 할까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거세지는 세상의 공격, 어떻게 무장할까… ‘세상 속의 나’를 위한 책

요즘처럼 한국사회에서 반(反)기독교 정서가 노골적이고 드높은 때는 없었다. 세상의 물음에 당당하게 답하면서 나의 신앙을 지켜 나가려면, 교회 주일 예배만으로는 어려운 시대가 됐다. 스스로 질문에 답을 찾아 나서야 한다.

‘오스 기니스의 저항’(토기장이)을 추천한다. 서구 사회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돼온 반기독교적 철학 사조와 문화적인 흐름을 짚어보는 이 책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어려운 부분을 참고, 또는 건너뛰고 읽어나가다 보면 결단을 자극하는 은근한 힘이 있다. “현대 그리스도인들은 어깨가 튼튼해야만 한다. 그 어깨는 명령받은 대로 십자가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어야 만들어지는 것이다”와 같은 구절은 오랫동안 가슴에 남는다.

기독교의 가르침은 나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가르쳐준다.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의 김근주 전임연구위원이 쓴 ‘복음의 공공성’(비아토르)은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단순히 개인적인 삶의 영역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님을 역설한다.

김 목사는 기독교윤리학의 거장 존 하워드 요더가 쓴 ‘근원적 혁명’(대장간)의 일독을 권했다. 한반도 정세를 둘러싸고 일촉즉발의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한국사회 안에서도 온갖 폭력과 차별이 일상화된 요즘만큼 기독교 평화주의를 대면하기에 적절한 순간도 없을 듯하다.

‘어찌하여 그 여자와 이야기하십니까?’(꽃자리)를 추천하면서 조수철 MD는 “성경이 말하는 사랑을 온전히 이해하고자 한다면, 저마다의 편견에서 벗어나 다른 시각을 가진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박성진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논란으로 과학과 신앙의 양립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우종학 서울대 교수가 쓴 ‘과학 시대의 도전과 기독교의 응답’(새물결플러스)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하나님 앞에 제대로 서기… ‘주님과 나’의 동행을 위한 책

세상이 어떻더라도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 앞에 내가 제대로 서는 것이다. 올해는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이다. 루터는 ‘코람데오’(Coram Deo·하나님 앞에서)란 말을 좋아했고, 그 가치를 매우 중시했다. 요즘 매우 핫한 ‘루터의 재발견’(복있는사람)이 공동으로 추천 목록에 올라왔다. 유럽의 과거를 돌아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지금, 한국사회와 기독교인에 필요한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는 책이다. 발간한 지 한 달이 안 된 신간이지만 베스트셀러 상위에 올라있다.

‘그리스도교 신앙을 말하다’(비아)는 기독교 안의 언어들이 어떻게 변질됐고, 그것이 이 시대 신앙을 갖는 것을 어떻게 방해하고 있는지 통찰한다. 혹시 성경의 용어나 기독교 교리를 담은 언어의 장벽에 막혀 있다고 느꼈던 이들이라면 이 책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믿을 것인가’(이와우)는 정말 하나님을 어떻게 믿어야 할지, 교회에서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차마 묻지 못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가득 담고 있다. 시대의 지성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의 통찰이 그동안의 답답함을 말끔히 해소해줄지도 모른다.

하나님 앞에 제대로 서는 훈련을 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는 로렌스 형제가 쓴 ‘하나님의 임재 연습’(좋은씨앗)을 추천한다. 김 목사와 안지영 MD가 함께 권했다.

제목부터 시선을 잡아끄는 AW 토저의 ‘하나님의 길에 우연은 없다’(규장)와 제럴드 싯처의 ‘하나님의 뜻’(성서유니온) 역시 잔잔한 감동과 더불어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해주는 책들이다.

고전으로는 ‘천로역정’(포이에마)만 한 것이 없다. 안지영 MD는 “시련과 고통 가운데서도 ‘하나님’이라는 정확한 이정표를 가지고 천성을 향해 걸어간 한 사람을 통해 그리스도인이 세상의 유혹에 타협하지 않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준다”며 추천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