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한반도 평화 여정, 어떤 난관에도 중단돼선 안돼”

입력 2017-09-26 21:26 수정 2017-09-26 23:25
문재인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26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10·4 남북정상선언 10주년 기념식’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문 대통령과 권 여사 앞에는 ‘봉하쌀 생막걸리’가 담긴 와인잔이 놓여 있다. 이병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여정은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중단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10·4 남북정상선언 10주년 기념식에서 “지금은 국민의 안전과 평화적인 상황 관리가 우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도발이 계속되고 남북관계가 주춤거릴 때마다 국민들의 걱정이 클 것”이라며 “이 위기를 넘어야 10·4 정신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반도의 평화도 지금 위기상황”이라며 “여야 정치권이 정파적 이익을 초월해 단합하고, 국민들께서 평화라는 오직 하나의 목표로 마음을 모아주시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 군사회담과 이산가족상봉 제안에 응할 것을 다시 한 번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당국에 촉구한다”며 “핵과 미사일 도발을 멈추고 10·4 정상선언의 정신으로 돌아오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이 무모한 선택을 중단한다면 대화와 협상의 테이블은 항상 열려 있다”면서도 “북한이 전 세계를 상대로 핵으로 맞서려 해서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깨닫도록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7·4남북공동성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남북기본합의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6·15 공동선언을 두루 언급했다. 이어 “이 모든 성과들을 계승해 10·4 정상선언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년 남북관계는 7·4 남북공동성명 이전으로 되돌아갔다”며 “지금 우리가 치르고 있는 엄청난 비용을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축사 말미에 “고뇌 속에서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던 노무현 대통령님이 그립다”고 말했다.

기념식은 9년 만의 정권교체를 곳곳에서 체감할 수 있는 행사였다. 보수정권에서 열렸던 기념식은 노무현재단 주도로 이뤄진 민간행사였지만, 올해 기념식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노무현재단과 통일부가 공동 주최하는 ‘정부 행사’로 열렸다.

기념식에는 권양숙 여사와 노건호씨 등 노무현 전 대통령 유족, 한명숙 전 국무총리, 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정수석 출신의 전해철 민주당 의원,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이호철 전 민정수석 등 노무현정부 출신 인사들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취임 후 처음으로 노란색 넥타이를 맸다. 노란색은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색이다. 테이블 위의 노란 꽃과 연단의 노란 팻말 등 행사장 곳곳에 ‘노란 물결’이 넘쳤다. 노무현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이해찬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지난 10년간 기념식에 참석했던 문 대통령이 올해는 대통령 자격으로 참석해 뜻 깊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봉하쌀 생막걸리’를 공식 지정주로 선정했다. 권 여사는 문 대통령에게 ‘노 대통령 탄생 71주년 기념 패키지 음반’을 선물했다. 음반은 노 전 대통령 서거일(2009년 5월 23일)을 추모하기 위해 523장만 제작됐는데, 문 대통령이 선물받은 음반이 523번째 음반이다.

건호씨는 기념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 전 대통령 명예훼손에 대한 법적 대응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강준구 김판 기자 eyes@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