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감축’ 중국과 국가적 의제로 끌어올려 구체적 대책 마련

입력 2017-09-27 05:01
중국과 한국을 매일같이 오가는 국내 항공사의 한 조종사는 “서해 하늘 위에서 보면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을 눈으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동풍이 불어 한반도에서 중국 쪽으로 공기가 흐를 때는 서해 하늘이 맑아 멀리서도 인천공항과 서울까지 깨끗하게 보인다. 하지만 중국에서 한반도로 서풍이 불면 하늘길도 뿌옇다.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미세먼지 대책을 국민이 불신한 가장 큰 이유는 중국 문제를 등한시한 데 있다. 정부는 여름철에 측정한 수치를 제시하면서 “미세먼지 문제에 중국 영향은 크지 않다”고 강변하기도 했다.

미세먼지의 중국 영향은 계절과 날씨에 따라 달라진다. 여름철에는 국내의 전체 미세먼지 중 중국에서 날아온 것은 30∼50%정도에 머문다. 태풍 등의 영향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여름철에 미세먼지 문제가 덜 심각한 이유다. 대륙에서 편서풍을 타고 찬바람이 불어오는 겨울에는 중국의 영향이 60∼80%까지 치솟는다.

문재인정부는 26일 발표한 미세먼지 종합대책에서 “한·중 정상회의 의제로 미세먼지 이슈를 격상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동안 환경장관 수준에서 공동 실태 조사를 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던 미세먼지 문제를 국가적 의제로 끌어올려 구체적인 대책까지 마련하겠다는 게 정부의 의지다. 두 나라의 정상급 공동선언은 내년이나 내후년에 발표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일본까지 포함한 동북아 차원의 미세먼지 저감 협약은 2021년까지 체결하는 게 목표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한·중·일 환경장관회의에서 합의돼 진행 중인 ‘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 물질 연구’의 대상지역과 논의주제를 확대하고 좀 더 실질적인 협력방안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세먼지 대책은 중국도 절실한 상황이다. 중국은 대도시의 미세먼지 농도를 5년 전보다 올해 33% 줄이고 2020년까지 40%를 감축하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하지만 한국 등 외부에서 중국 문제에 개입하는 데에는 민감하다. 선진국 중심의 환경규제 논의가 개발도상국에 불공정하게 적용돼선 안 된다는 게 중국의 입장이다. 한·중·일 공동협약이 체결되면 중국이 집중 타깃이 될 게 뻔한 상황에서 중국이 순순히 응할지 미지수다.

환경부는 “미국과 캐나다가 1991년 체결한 대기질 협약과 유럽의 79년 월경(越境)성 장거리 대기오염 협약을 모델로 삼겠다”고 밝혔다. 미·캐나다 협약은 오대호 주변의 산업시설로 산성비가 내리는 등 환경오염이 심각해지자 1991년 대기오염 물질 방출을 규제하기 위해 두 나라가 맺은 협약이다. 심각한 대기오염을 야기할 수 있는 요인을 공동으로 감시하고 한 쪽에서 협의를 요구하면 의무적으로 응하도록 강력하게 구속하고 있다. 유럽 협약은 “가능한 한 점차적으로 감소토록 한다”는 추상적인 문구로 시작한 후 8차례 개정, 개별물질 규제 의정서를 채택하는 데까지 단계적으로 발전시켜 나갔다. 환경부는 “우리의 적극적 감축 노력이 있어야 중국에도 전향적 자세를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글=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