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선거구제 개편 이번엔 문턱 넘을까

입력 2017-09-27 05:00

여야 각 정당의 입장 차로 번번이 좌초됐던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 등 소수정당이 선거구제 개편에 가장 적극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찬성 입장을 밝혔고 여당 역시 이에 공감하고 있다. 최대 변수는 기존의 소선거구제 유지를 주장하는 자유한국당의 입장이다.

선거구제 개편에 찬성하는 정당들은 지역구 당선자 중심인 현행 선거구제가 정당별 득표율에 힘이 실리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구체적인 방식에선 차이를 보인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선호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각 정당이 정당 득표율만큼 의석수를 가져가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논의가 활발한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비례대표를 전국 6개 권역으로 나눠 배분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지역구(253석), 비례대표(47석) 의원 정수를 각각 조정해야 한다.

국민의당은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지역구 당선인 수가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정된 의석수보다 적을 경우 그 차이를 비례대표로 충원해주는 제도다. 국민의당은 20대 총선에서 38석을 얻었다. 하지만 총선 당시 얻은 정당 득표율(26.7%)을 정당명부제로 계산하면 80석을 확보할 수 있다. 국민의당은 당 존립과 다당 체제 구축을 위해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바른정당은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긍정적이다. 중·대선거구제는 지역구 크기를 넓히고 한 지역구에서 1∼3등 또는 4∼5등까지 당선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자유한국당은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가결 이후 선거구제 개편 반대 의견이 거세졌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2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선거구제 문제는 밀실거래로 이뤄질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맹비난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당과 민주당이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선거구제 개편에 합의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한국당의 경우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으로 선거구제가 개편되면, 의석수가 줄어들 수 있다.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은 20대 총선에서 122석을 차지했는데, 정당 득표율(33.5%)을 그대로 반영하면 100석이 된다.

한국당이 끝까지 반대할 경우 선거구제 개편은 불가능하다. 선거구제 개편은 ‘선거의 룰’을 정하는 문제여서, 각 정당의 합의 없이 성사될 수 없다. 다만 한국당은 분권형 개헌에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다.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 논의 과정에서 선거구제 개편안도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야권 관계자는 “분권형 개헌을 할 경우 대통령에게 집중됐던 권력이 의회로 일정 부분 나눠지게 된다”며 “의회 권력을 공정하게 배분해야 한다는 논리로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을 함께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거구제 개편은 현재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다. 10월엔 국정감사 일정 때문에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기 어렵고 11월에 공청회와 쟁점 사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정개특위 활동 시한은 올해 말까지다. 정개특위 관계자는 “시간이 촉박하고 각 당 입장차를 조율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정개특위 활동 기간을 연장하고 내년 2월쯤 대략적인 선거구제 개편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