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물 깨끗하지 못했다”… 前 정권 정조준

입력 2017-09-27 05:00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 첫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부정부패 척결을 새 정부의 모든 정책의 출발로 삼겠다”며 포괄적인 범정부적 반부패 추진전략 마련을 지시했다. 이병주 기자
문재인정부 들어 부활한 반부패정책협의회가 26일 첫 회의를 통해 ‘개혁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청와대는 반부패·사정기관장을 모두 불러 범정부적 부패방지 시스템 구축 작업에 돌입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전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권력층의 반성과 일신을 촉구한 만큼 앞으로 대대적인 사정 작업이 펼쳐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회의를 주재하면서 “윗물이 깨끗하지 못했다” “국가권력을 운영하며 부정하고 부패한 방식으로 국민 삶을 옥죄었다” “국민 세금을 탕진했다” “반칙과 특권이 일상화됐다” 등 강도 높은 발언으로 전 정부를 비판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된 박근혜정부 고위 공직자를 비롯해 과거 정부의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단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회 전체적으로 지도층이 부패의 온상처럼 돼 있다. 결과적으로 사회통합 측면에서도 굉장히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면서도 “(이명박·박근혜정부 등) 구체적인 대상을 지칭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부처들은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의혹을 조사 중이다. 범죄 혐의가 드러날 경우 수사 의뢰를 거쳐 검찰 수사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반부패 개혁으로 청렴한국 실현’을 주제로 열린 회의에선 국민권익위원회와 법무부, 국방부, 공정거래위원회가 반부패 안건을 보고했다. 국민권익위는 ‘새 정부 반부패 추진전략’ 보고에서 정부 주도의 공공부문 반부패 정책에서 벗어나 시민사회와의 협치를 통한 공공·민간 반부패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리베이트 등 집중 신고 대상을 발굴해 민간기업의 부패에 적극 대응하고 국민 참여도 활성화시키기로 했다.

법무부는 뇌물·알선수뢰·알선수재·횡령·배임 등 5대 중대 범죄와 지역 토착비리 근절 방안을 보고했다. 이들 범죄에 대한 처리·구형 기준을 높이고 전면적이고 상시적인 단속을 펼칠 예정이다. 불법 범죄수익을 끝까지 환수해 범죄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인식을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유통·가맹·대리점 등 주요 4개 분야에 대한 맞춤형 불공정행위 근절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도급 업체에 대한 대기업의 전속거래 강요 금지, 프랜차이즈 ‘갑질’ 엄중 제재, 유통·대리점 분야 징벌적 배상제 도입·확대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와 함께 담합행위 제재 강화를 위해 입찰담합 징후 분석 시스템의 성능 개선, 고발 활성화, 과징금 한도 상향 등도 추진키로 했다.

국방부는 방산 브로커 관리 강화, 퇴직자 취업제한 대상 확대, 방산업체 면담 시 신고 의무화, 악성 비리 업체 및 비리 공직자 처벌 강화 등의 방산비리 근절 방안을 보고했다. 또 기밀 유지를 우선적으로 하는 폐쇄적 무기획득 절차를 개선하기 위해 업체와 민간 전문가 참여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지금은 과거보다 부패 척결 요구가 더욱 높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부패 척결이 출발점”이라며 “부패 척결이 바로 돼야 다른 국정과제들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어 “1∼2년 사이에 가시적 성과가 비록 나타나지 않더라도 그 이후에는 반드시 반부패 정책의 성과가 나타나 국가 신인도가 향상되고 경제도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