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수년간 우리는 청렴국가로 나아가기는커녕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윗물이 깨끗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제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제1차 반부패정책협의회(반부패협)를 주재하고 “보다 깨끗해야 할 권력이, 보다 청렴해야 할 공공부문이 여전히 고질적인 부패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권력을 운영하면서 부정하고 부패한 방식으로 국민의 삶을 옥죄고, 국민 세금을 자기 주머니 속 돈인 양 탕진했다”며 “반칙과 특권이 일상화돼 국가청렴지수(CPI)가 15계단이나 하락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CPI 순위는 2015년 37위에서 지난해 52위로 하락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휘말린 박근혜정부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부정부패 척결을 새 정부의 모든 정책의 출발로 삼겠다”며 “문재인정부가 국민과 역사 앞에 평가받을 핵심 지표가 돼줄 것”이라고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정부 청와대를 반면교사 삼아 무엇보다 청와대가 모범을 보일 것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부정부패 척결에는 성역이 있을 수 없다. 문재인정부 청와대도 예외가 아니다”며 “문재인정부 청와대의 청렴성을 지키는 것이 대한민국 반부패의 출발이라는 자세를 가지고 엄정하게 반부패 정책을 추진해 달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개별 부패·비리 대응을 넘어선 포괄적인 범정부적 반부패 추진 전략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또 개별 사정기관의 대응 차원이 아니라 각 기관의 정보를 공유해 입체적인 추진 전략을 강구해줄 것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공공부문뿐 아니라 민간부문까지 뻗쳐 있는 부패를 척결해야만 비로소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며 “공정성이 제고되면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부패협은 2004년 노무현정부 당시 신설됐지만 이명박정부 들어 유명무실해졌다. 반부패협은 부패방지 관련 기관장들이 모두 참석해 제도적 차원의 대책 마련을 위한 기구다. 하지만 검찰총장과 국정원장 등 수사·정보 최고위직이 일제히 참여하는 만큼 개혁 드라이브를 넘어 대대적인 사정 드라이브가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날 회의에는 검찰총장, 국정원장, 감사원장, 공정거래위원장, 국세청장 등 주요 사정기관장들과 법무부 장관, 국방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 금융위원장, 국민권익위원장 등 16개 부처 수장들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임종석 비서실장과 장하성 정책실장 등이 참석했다.
글=강준구 문동성 기자 eyes@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5대 권력기관 참여 ‘사정 드라이브’
입력 2017-09-26 18:53 수정 2017-09-26 2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