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경제성장 견인” 이제야 혁신성장 꺼내는 정부
입력 2017-09-26 18:30 수정 2017-09-26 21:39
문재인정부가 뒤늦게 강조하고 나선 ‘혁신성장’은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새 정부 경제성장 전략을 구성하는 한 축이다. 소득주도성장이 분배를 중심으로 한 수요측면 경제 전략이라면 혁신 성장은 기업혁신 등 공급 측면에서의 성장 전략이다. 두 전략은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하지만 혁신성장은 정부 초기 소득주도성장에 밀려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국무회의에서 강조한 혁신 성장은 지난 7월 ‘국정운영 5개년 계획’과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정부는 성장동력의 주체를 기존 대기업에서 중소·벤처기업으로 바꿔 잡았다. 중소기업 전용 연구·개발(R&D) 확대, 중소기업 간 협업전문회사 제도 도입 등 중소·벤처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각종 정책을 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나 정작 산업계는 정부의 혁신성장론이 못 미덥다는 반응이다. 중소·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한 성장 지원책이 과거 정부의 정책들과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과거 정부의 중소·벤처기업 지원책들은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했다. 오히려 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중소기업들을 연명하게 하고, 현격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는 줄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혁신성장 구심점 역할을 기대하며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시켰지만 정부는 아직 수장도 임명하지 못하고 있다.
혁신성장의 핵심 중 하나인 각종 불합리한 규제완화 역시 답보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시대가 워낙 빠르게 변하다보니 시대에 걸맞지 않은 규제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액티브X’와 공인인증서 폐지 등 전 정부에서 추진됐지만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사례를 들었다. 김 의장은 “신기술이 적용된 차량의 임시운행 허가 같은 것조차 법규가 정비되지 않아 시범운행도 못하고 있다”며 “신성장전략 사업영역에서는 신속하고 명확한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경제정책방향 등에서 제시한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들도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날 ‘늦깎이 출범’한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정책 마련을 위한 첫걸음도 떼지 못한 상황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을 위한 복지정책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과거 성장전략과는 다른 차원의 혁신성장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구체적으로 정책과제들을 심도 깊게 논의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혁신성장 전략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기업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과 법인세 인상 등 분배 문제에만 집중하면서 정작 불합리한 규제완화 등 기업 혁신을 위한 정책에는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이 혁신성장을 두고 경제팀을 채근한 것도 이런 불만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동연 부총리 역시 이날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상대로 한 세미나에서 혁신성장을 강조하며 보조를 맞췄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