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총선, 아베 오판될까… 만만치 않은 고이케 반격

입력 2017-09-26 18:21
AP뉴시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기습적으로 조기 총선 승부수를 던졌지만 고이케 유리코(사진) 도쿄도지사의 역공이 만만치 않다. 고이케 지사는 자민·공명 연립여당과 제1야당 민진당을 모두 흔들고 있다.

“국정에 깊이 관여하지 않고 도정(道政)에 매진하겠다”고 거듭 말해온 고이케 지사는 25일 돌연 신당 ‘희망의당’ 대표 취임을 선언하며 국정에 뛰어들었다. 그의 긴급 기자회견은 아베 총리의 중의원 해산 관련 기자회견보다 먼저 열렸다.

고이케 지사는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정권교체가 목표이며 단독 과반 의석을 얻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선거 이후 자민당과의 연정 가능성도 부인했다.

아베 총리는 고이케 세력이 채 결집되기 전에 총선을 치르겠다는 심산이었지만 고이케 지사도 물러서지 않고 전면전을 택했다. 이에 일본 정가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가 상황을 오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민당의 수도권 의원들이 특히 동요하고 있다. 지난 7월 도쿄도의원 선거 때처럼 고이케 신당 바람이 거세게 불면 총선에서도 수도권 자민당 후보들이 전멸할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공명당은 국정에선 자민당 연정 파트너이면서 도쿄도의회에선 고이케 지사가 만든 지역정당 ‘도민퍼스트회’와 연합하고 있어 애매한 입장이다. 두 달 전 도쿄도의원 선거 때 고이케 쪽이었다가 이번에는 자민당 쪽으로 나서게 된 것이다.

후지TV에 출연한 고이케 지사는 선거 후 총리 지명에 관한 질문에 “야마구치 나쓰오(공명당 대표)씨가 좋다”고 답했다. 자민·공명 연정과 선거 공조를 깨기 위해 공명당에 추파를 보낸 것으로 현지 언론은 해석했다.

민진당은 고이케 신당으로 떠나려는 사람들로 ‘탈당 도미노’를 겪고 있다. 집행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당이 궤멸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이케 지사는 선거에서 민진당과 연대할 생각이 별로 없다. 대신 “정책에 동의하는 분들을 원한다”며 여야 인사를 막론하고 개별적인 신당 입당을 유도하고 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