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6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6·25전쟁 이래 많은 우여곡절과 위기가 있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이 가장 위험한 때”라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북핵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하나: 전망과 대응 방안’ 특별대담에서 “북한 핵 문제가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위험한 수준까지 달한 적은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인 만큼 우발적 충돌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쟁이 계획돼서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며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긴장을 완화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 대한 비판 강도를 높인 것에 대해선 북한의 핵무기 사용 위협에 대한 반박 차원이었다고 분석했다. 반 전 총장은 “냉전 시절에도 소련이 미국을 향해 (먼저) 핵무기를 쓰겠다고 한 일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은) 북한이 괌이나 미국 본토를 때리겠다고 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대응으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에 강도를 더해가는 설전에 대해선 ‘고도의 심리적 전쟁’이라고 규정하며 내부 결속을 주문했다. 반 전 총장은 “국력이나 국방력으로 봐선 북한이 우리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정부를 믿고 단합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 현재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특별대담에 나선 존 체임버스 전 S&P 국가신용등급평가위원회 의장은 “북핵 리스크가 중국 경제 경착륙과 함께 위험 요인이지만 한국의 주요 경제지표는 탄탄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금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면서도 전쟁 발발 가능성은 낮게 봤다. 체임버스 전 의장은 “(북한은) KAL기 폭파, 천안함 폭침 등의 도발적 조치로 벼랑 끝까지 갔지만 최종적으로는 모두 철수했다”며 “지금 상황도 그때와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북한에 대한 제재 효과와 관련해선 “완만하지만 서서히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지금 중요한 것은 한반도 긴장완화” 반기문 전 총장 전경련서 특별대담
입력 2017-09-26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