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부정부패 척결을 새 정부 모든 정책의 출발로 삼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26일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처음 주재한 자리에서 반부패 정책의 출발을 권력형 부정부패에서 시작하겠다고 했다. 현 정부 청와대도 예외가 아니라고 했다. 민간 부문의 뿌리 깊은 부패까지 척결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부정부패와의 전쟁 선언이다. 추진 동력이 살아있는 집권 초기 강력한 드라이브를 통해 ‘반칙과 특권 없는 공정한 사회’의 기초를 반드시 마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각 부처들은 회의에서 다양한 부패척결 방안을 발표했다. 법무부는 5대 중대범죄와 지역토착 비리에 대해 구형 기준을 상향하겠다고 했다. 또 범죄로 인한 불법 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겠다고 했다. 공정위는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업체의 갑질 근절에 초점을 맞췄다. 국방부는 방위산업 비리 근절 대책을 보고했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명분과 논리가 있는 정책들이다. 그러나 획기적이고 새롭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긴 호흡을 갖고 정책을 가다듬어 나가야 한다. 또 5년이란 짧은 기간에 우리 사회의 모든 부패를 척결하는 건 불가능하기에 선택과 집중도 필요하다. 조급하면 언젠가 부작용과 후유증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지난 수년간 우리는 청렴 국가로 나아가기는커녕 오히려 뒷걸음질쳤다”고 했다.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권력형 부정부패를 들여다보겠다는 말로 들린다. 여당 주변에선 “이젠 이명박 차례”라는 말도 심심찮게 들린다. 전직 대통령이라도 명백한 불법 증거가 나오면 수사를 받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집권당은 물론 정부기관이 총동원돼 과거 보수 정권의 뒤를 캐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곤란하다. 이명박·박근혜정부를 내심 표적으로 삼고 있다면 정치보복 논란에 휩싸일 것이다. 새 정부가 강조해온 국민통합에도 역행하는 일이다. 정치 보복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국 정치가 달라질 수 있다. 문재인정부도 5년 뒤 비슷한 일을 당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문 대통령은 또 반부패협의회를 부패 청산의 구심점으로 삼겠다고 했다. 반부패협의회의 업무를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전략 마련이라고 했다. 미래를 위한 국가대개조 작업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컨트롤타워다. 옳은 방향이다. 자칫 대통령의 일방적 지시를 따르는 식으로 운영된다면 정권 유지를 위한 사정 컨트롤타워로 변질될 수 있기에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또 사정 기관의 독립성을 존중한다면 검찰총장의 참석 여부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국내 정치와 결별을 선언한 국가정보원장도 마찬가지다. 그러지 않으면 과거 군사정권 시절 ‘관계기관대책회의’가 부활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사설] 부정부패 척결, 보수정권 손보기로 흘러선 안 돼
입력 2017-09-26 1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