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법관 독립 침해 온몸으로 막겠다”

입력 2017-09-27 05:00
김명수 대법원장이 26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변화와 개혁을 강조하는 취임사를 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김명수 제16대 대법원장이 26일 취임 일성(一聲)으로 ‘사법부 개혁’을 제시하며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역대 대법원장 취임사에서 찾기 힘들었던 ‘전관예우’라는 용어도 전면에 등장했다. 김 대법원장은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어떤 시도도 온몸으로 막아내겠다”며 사법 독립 의지도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사법부 안팎의 현실이 매우 엄중하고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수직적·관료적 리더십이 아닌 경청과 소통, 합의에 기반한 민주적 리더십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A4용지 3장 분량의 취임사에서 ‘변화’와 ‘개혁’이란 단어를 각각 5번과 6번 언급했다. 또 ‘좋은 재판’의 실현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며 “필요하다면 법관이나 재판 인력의 증원 등 인적·물적 요건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대법원장에 지명된 후 자신을 ‘31년간 재판에만 전념했던 사람’이라고 정의했던 것과 맞닿는 대목이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 불신을 조장하는 모든 것들과 결별해야 한다”며 “전관예우의 우려가 과장된 것이라고 외면할 게 아니라 여러 불신 요인을 차단할 방안을 강구하고 높은 윤리의식을 정립하겠다”고 말했다. 대법원장이 취임사에서 전관예우를 직접 언급한 건 처음이다. 전임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물론 사법개혁을 강조했던 이용훈 전 대법원장의 취임사에도 전관예우라는 표현은 없었다.

김 대법원장은 변화·개혁과 더불어 ‘법관의 독립’을 강조했다. 그는 “법관이 사법부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로부터도 완전히 독립해야 한다”며 “법관 개개인의 독립에 대해서도 각별히 관심을 갖고 제도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와 상고심 제도 개선, 재판 중심의 사법행정 구현 등 사법부의 기존 현안에 대해서도 “사법 신뢰 회복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과제”라며 “제도적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