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MLB)는 신예 거포 전성시대가 열렸으나 한국프로야구(KBO)는 신인 거포 흉작에 시달리고 있다.
MLB 뉴욕 양키스의 ‘괴물 신인’ 애런 저지(25)는 26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MLB 정규시즌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경기에서 49·50호 홈런을 연달아 쏘아 올렸다. 1987년 마크 맥과이어(당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때려낸 49홈런 기록을 30년 만에 넘어서며 MLB 역대 신인 최다 홈런 기록을 세웠다.
저지 외에도 39홈런을 치며 내셔널리그 신인 홈런 기록을 세운 코디 벨린저(LA 다저스), 후반기에만 18홈런을 기록한 리스 호스킨스(필라델피아 필리스) 등도 신예 거포로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저지(201㎝·127㎏)와 호스킨스(193㎝·102㎏), 벨린저(193㎝·95㎏) 모두 뛰어난 체구에서 나오는 힘을 바탕으로 홈런을 생산해냈다.
반면 KBO에서는 1996년 박재홍(당시 현대 유니콘스)의 30홈런이 지금까지 역대 신인 최다 홈런 기록이다. 연도별로 보면 91년 김기태(27홈런·쌍방울 레이더스), 93년 양준혁(23홈런·삼성 라이온즈), 94년 김재현(21홈런·LG 트윈스), 98년 김동주(24홈런·OB 베어스), 2001년 김태균(20홈런·한화 이글스) 등이 신인 때 20홈런 이상을 기록했다.
2001년 이후로는 어떤 신인도 20개 이상 홈런을 때려내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2012년엔 1개의 홈런을 때려낸 4명의 신인 선수가 그해 신인 최다 홈런에 이름을 올릴 정도였다. 역대 신인 최다 안타 기록을 세우며 올해 신인왕 유력 후보로 꼽히는 이정후(넥센 히어로즈)도 홈런은 고작 2개에 그치고 있다.
그동안 신인 최다 홈런 기록을 세운 선수들이 소속팀과 국가대표팀을 이끌어 온 점에 비춰볼 때 신인 거포들의 맥이 끊긴 것은 야구계 전체의 문제다.
전문가들은 성적 우선주의에 따른 똑딱이 타자 양산 추세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이날 “아마에서는 성적이 나와야 상급학교 진학, 프로 지명이 가능하다 보니 스윙을 자신있게 하기보다 어떻게든 진루타를 만들고 점수를 짜내는 야구를 선호해왔다. 이런 분위기에서 신인 거포 선수들이 양성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아마야구에서 우투좌타 선수들이 우후죽순 늘고 있는 것도 출루를 목적으로 하는 추세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도 “아마선수들의 공격력 자체가 약해졌고 적은 득점에도 이길 수 있도록 번트 등 작전야구가 대세가 되면서 타격 성장이 더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가뜩이나 아마야구의 저변이 협소한 상황에서 알루미늄배트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도 신인타자들을 주눅들게 한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의 전신인 국제야구연맹(IBAF)은 2004년 4월 18세 이하 청소년 국제대회에서 알루미늄배트 사용을 금지했다. 허 위원은 “나무배트만 쓰면서 홈런을 치는 경험 자체를 아마선수들이 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우리나라에 저지 같은 선수가 없는 것은 아마야구 선수층이 미국 등에 비하면 얇기 때문”이라며 “우수한 자원들이 야구로 올 수 있도록 야구계가 노력해야 한다. 알루미늄배트 재도입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KBO, 2001년 이후 신인 20홈런 사라졌다
입력 2017-09-27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