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 아들 잃은 40대女, 생면부지 여성에 신장 기증

입력 2017-09-26 18:01

정모(43·여)씨는 26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 이튿날인 27일 홍란희(64·여·사진)씨에게 신장을 기증하기 위해서다. 그는 “전날까지는 떨렸는데, 지금은 담담하다”며 “이식받는 분의 새 삶이 빛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씨가 신장 이식을 하게 된 계기는 아들 때문이다. 혈액암을 앓던 8살배기 아들은 6년 전인 2011년 숨졌다. 아들의 병세가 급격히 악화돼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7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그 뒤로 정씨의 관심은 환우였다. 사회복지사 교육도 받았다. 자연스레 장기기증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정씨는 “환자들뿐 아니라 그 가족의 아픔과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돕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신장 이식을 받게 된 홍씨는 20년 이상 투병생활을 해왔다. 홍씨는 1981년부터 임신중독증 합병증으로 신장 기능이 악화돼 만성신부전을 앓았다. 98년부터는 혈액투석을 받게 돼 약 23년간 투병생활을 했다. 만성신부전은 3개월 이상 신장이 손상돼 있거나 신장 기능 감소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질병이다. 홍씨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분이 제게 신장 하나를 나눠 주시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는 기적”이라며 “저를 위해 기꺼이 용기를 내주신 기증인의 그 사랑을 다시 나누는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관계자는 “매년 1100명 정도가 장기기증을 기다리다 숨진다”며 “국내에서도 장기기증이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장기이식 대기자는 1만7659명이지만 이식수술 건수는 2223건에 불과하다.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