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PD수첩 하차시킨 뒤 MB보고 문건 작성”

입력 2017-09-26 18:27 수정 2017-09-26 21:55
구속 수감 중인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왼쪽 사진)이 2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마스크를 쓴 모습으로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오른쪽은 최승호 전 MBC PD가 원 전 원장 재직 때 실행된 국정원의 방송장악 공작 피해자 신분으로 조사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는 모습. 곽경근 선임기자, 최현규 기자

이명박(MB)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MBC PD수첩에서 최승호 PD를 전출시키고, 방송인 김미화씨를 교체한 것을 핵심 성과라며 대통령 보고용 문건에 적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 PD는 26일 오후 5시쯤 MB 국정원의 방송장악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뒤 “국정원이 나를 PD수첩에서 전출시킬 계획을 세우고 실제 전출된 뒤 이를 핵심 성과로 보고한 사실이 문서로 입증됐다”고 밝혔다.

최 PD에 따르면 2012년 1월 15일자 국정원 국익정보국 생산 문건에는 ‘PD수첩 최승호 PD를 전출시키고, 김미화 등 방송 하차 조치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여기엔 ‘VIP 보고’라는 표현도 있었다고 했다. 최 PD는 이보다 전에 작성된 계획 문건엔 ‘최승호 PD 전출, 김미화 교체, 추적60분 PD 인사 조치’가 적혀 있었다고 덧붙였다.

최 PD는 MB정부 당시 4대강 사업 관련 의혹 보도를 준비하던 중 비제작 부서로 전출됐고 2012년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는 앞서 검찰에 출석하며 MB 국정원을 가리켜 “MB 개인 정보기관”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 PD는 이 전 대통령 등 관련자들에 대한 고소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재홍 전 PD수첩 작가, 이우환 MBC PD 역시 피해자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같은 날 의혹의 중심에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도 불러 조사했다. 지난달 30일 법정구속 후 첫 검찰 조사다. 이날은 방송장악보다 사이버외곽팀 운영 관련 혐의에 조사가 집중됐다. 27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문건’ 작성 의혹을 받고 있는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을 소환조사할 예정이다.

글=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최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