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두 수성-대역전극 희생양 ‘갈림길’

입력 2017-09-26 18:26 수정 2017-09-26 21:36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왼쪽)이 지난달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서 그라운드에 있는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KIA는 이날 2위와 7경기 차 1위였지만 불과 한 달여 만에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뉴시스

시즌 내내 선두를 달리던 KIA 타이거즈는 후반기 들어 두산 베어스에 무려 13경기를 따라잡히며 공동선두를 허용했다. 자칫 대역전극의 희생양으로 전락하느냐 전열을 가다듬어 선두를 수성하느냐의 갈림길에 놓여있다. 이와 유사한 상황을 KIA는 두 차례 맛봤다. 한번은 희극, 한번은 비극으로 끝났다.

KIA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2009년이다. 당시 KIA는 막판 2위 SK 와이번스의 맹추격에 혼쭐이 났지만 간신히 정규시즌 1위 자리를 지켰다. KIA는 그해 8월 25일까지 2위 SK와의 승차가 6경기로 넉넉했다. 그런데 당시 ‘야신’ 김성근 감독이 이끌던 SK가 파죽의 19연승(1무 포함)을 내달렸다. 아직도 깨지지 않는 한 시즌 최다 연승 기록이다. KIA 역시 그 기간 15승8패를 거두며 나름 선전했지만 SK의 기세가 대단했다. 결국 시즌 최종 성적은 81승4무48패(0.609)를 거둔 KIA가 80승6무47패(0.602)의 SK를 승차없이 승률에서 7리 앞서 1위의 영예를 안았다.

당시 KIA는 행운도 따랐다. 그해 프로야구 승률 계산은 무승부를 패배로 간주했다. 현재 승률 계산으로 따지면 1위는 SK(0.630), 2위는 KIA(0.628)가 된다. 어쨌든 천신만고 끝에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한 KIA는 한국시리즈에 직행, SK를 시리즈 전적 4승3패로 물리치고 통산 10번째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반면 2002년은 최악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당시 삼성 라이온즈는 전반기 1위팀에 6경기차로 뒤진 3위였다가 후반기 맹추격을 한 끝에 최종 리그 우승팀이 됐다. 이는 전반기 기준 역대 최다 승차의 팀이 역전해 우승한 사례다. 그때 희생양이 공교롭게도 KIA다.

KIA는 그해 전반기를 2위 두산에 3.5경기, 3위 삼성에 6경기 앞선 1위로 마쳤다. 그런데 삼성은 후반기 39승14패3무로 7할대 승률을 찍으며 KIA를 앞질렀다. KIA도 후반기 31승26패1무로 5할 이상의 승률을 찍으며 선전했지만 삼성의 기세에 눌려 결국 2위로 시즌을 마쳤다.

2위로 떨어진 허탈함 때문이었는지 KIA는 포스트시즌에서도 맥을 못췄다. 4위로 준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온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2승3패로 무너져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반면 후반기 놀라운 승률로 1위를 차지한 삼성은 여세를 몰아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두며 통합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KIA가 2009년의 영광을 재현할지, 2002년의 악몽을 다시 꾸게될지는 곧 판가름난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