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소설을 인쇄하던 ‘목판’은 조선시대 한글을 보급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당시 그 중심에 전라도 전주가 있었고, 여기에서 만들어진 목판은 지명인 완산을 앞세워 ‘완판본’이라 불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남아 있는 목판이나 고서는 많지 않다.
전북 전주에 있는 완판본문화관이 ‘완판본 심청전’의 목판을 100여 년 만에 복각(復刻)했다. 작업에는 안준영 관장과 그가 운영하는 대장경문화학교의 문하생 9명이 참여했다.
2007년 시작된 작업에는 10년간의 땀과 정성이 스며들었다. 이들은 50∼60년생 산벚나무를 가로 52㎝, 세로 27㎝, 두께 5㎝ 정도로 자른 뒤 그 위에 칼로 한 글자씩 새겼다. 이렇게 36판을 만들어 상·하권 합쳐 71장의 책을 만들었다. 모본은 1906년 전주 서계서포(책방)에서 간행된 완서계신판(完西溪新板)으로 했다.
현재 목판 복원 사업이 국가나 기관 주도로 대부분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에서 복원을 추진한 것이어서 그 의미가 크다. 이들은 28일부터 ‘100년 만에 핀 꽃, 완판본 심청전’으로 제목으로 완판본문화관에서 올해 말까지 전시회를 연다.
안준영 완판본문화관장은 “목판을 만든다는 것은 단절됐던 완판본 문화를 잇는다는 것”이라며 “매년 한글날 주간을 기점으로 전시, 체험, 문화행사 등으로 문화 원형 전승의 중요성과 완판본의 가치를 널리 홍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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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판본 심청전 ‘목판’ 100년 만에 복각
입력 2017-09-26 1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