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터치]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 에티오피아를 가다

입력 2017-09-27 00:01
지난 14일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 손을 잡고 난생처음 초등학교에 간 미미가 교실 칠판에 영어 알파벳을 쓰고 있다. 칠판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미미의 눈빛이 강렬하다. C채널 제공
팔다리가 굳어 혼자 거동하지 못하는 알람사하이가 상념에 잠겨 있다. 소강석 목사는 지난 13일 알람사하이가 손수 끓여준 커피를 마시며 “영혼이 참 맑은 아이”라고 말했다. C채널 제공
소강석 목사가 지난 14일 미미와 함께 찾아간 사구레 초등학교에서 환영 나온 교사와 학생들, 주민들과 두 손을 번쩍 들어 환호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소 목사, 교회 구호팀 막내 김동건군, 미미, 소 목사 부인 배정숙 여사. 새에덴교회 제공
솔로몬왕과 스바 여왕의 후예로 알려진 에티오피아의 미미(10)와 알람사하이(11)를 만나러 가는 길은 해발 2400m 고원평야를 가로질러야 했다. 두 여자아이가 사는 오로미아주 디겔루나 티조 지역은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남동쪽으로 200㎞ 떨어진 곳. 하늘과 땅이 맞닿는 평원을 향해 오르락내리락 줄달음치던 차량은 비포장 진흙길을 마주하고 한참을 더 가서야 멈췄다. 꼬박 하루를 넘기고도 부족한 여정 끝에 만난 두 아이는 세상에서 버림받은, 말 그대로 고아나 다름없었다. 두 아이는 초등학교 4, 5학년 나이지만 학교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고 했다. 가정 형편 탓에 세상과 멀어진 미미는 낯선 사람과 환경에 강한 경계심과 거부감을 드러냈고, 팔다리가 마비된 알람사하이는 심장병까지 앓고 있어 혼자서는 거동하지 못했다. 두 아이의 비극은 부모가 에이즈 희생양이 되면서 더욱 깊어졌다.

영과 육이 갇힌 두 아이를 주 안에서 품고 나선 건 소강석 목사와 부인 배정숙 여사를 비롯한 새에덴교회 구호팀이었다.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 25:40) 소 목사 일행은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월드비전이 C채널·국민일보와 공동 기획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희망터치’ 프로그램에 함께했다.

‘영혼이 갇힌’ 미미 희망을 새로 쓰다

소 목사 일행이 지난 12일 먼저 찾아간 건 디겔루나 티조 지역의 사구레(Sagure) 마을에 사는 미미네 집이었다. 미미는 엄마 물루(35)와 함께 창문 없는 세 칸 흙집 중 한 칸을 월 3달러에 세 들어 살고 있다. 미미 아빠는 2년 전 에이즈로 사망했고 엄마도 에이즈 환자다. 엄마는 전통발효음식 ‘인제라’를 보관하는 채반 모양의 ‘메솝’을 시장에 내다 팔아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소 목사 일행이 도착했을 때도 미미는 집 근처 초지에서 메솝 재료로 쓰이는 풀을 베고 있었다. 소 목사가 다가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지만 미미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시장에 간 엄마 물루가 메솝을 머리에 이고 돌아왔다. 이날도 허탕 친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두 식구 끼니 때우기도 어려운 실정이라 미미가 학교에 다니는 건 언감생심이다.

소 목사는 인제라와 음료수 등을 마트에서 사와 두 식구에게 점심을 대접했다. 인제라를 먹다 흙가루를 함께 삼킨 소 목사는 “이런 음식조차 못 먹는 모녀의 형편을 보니 가슴이 멍하다”며 울컥했다. 그는 이어 “미미를 학교에 보내주려고 왔으니 걱정 말고, 엄마가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한다”고 위로했다.

이에 고맙다고 말한 물루는 “미미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 안타까웠다”며 “학교에 꼭 보내 잘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이틀 후인 14일 오전, 소 목사 일행은 미미의 손을 잡고 인근 사구레 초등학교에 갔다. 선생님들과 또래 학생들, 이웃 주민 300여명이 소식을 듣고 나와 미미를 환영했다.

난생처음 교실에 들른 미미에게 소 목사가 깜짝 선물로 하모니카 연주를 뽐냈다. 그러자 미미는 칠판 앞으로 나가 알파벳 26자를 또박또박 써 숨은 실력을 보여줬다. 이어 구호팀 막내 동건(10·경기 용인 보정초4)이가 비눗방울 놀이를 보여주자 마냥 신난 표정이었다. 이를 지켜본 구호팀 중에선 ‘그동안 얼마나 배움에, 놀이에 목말라 했을까’ 하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육신이 갇힌’ 알람사하이 부활의 빛을 쬐다

13일 소 목사 일행은 카타라(Katara) 마을에 사는 알람사하이의 집을 찾았다. ‘세상을 비추는 태양’이란 뜻을 가진 이름과 달리, 알람사하이의 현실은 먹구름에 가린 태양과 같았다.

첫눈에 봐도 강풍 불면 쓰러질 듯 위태로운 판잣집에서 알람사하이는 오빠 갓디사(13), 할머니 브리투(70)와 함께 살고 있다. 아빠와 엄마는 어릴 때 에이즈로 잃었고 세 식구 생계는 할머니가 ‘인제라’를 만들어 파는 수입으로 꾸려가고 있다.

알람사하이는 세 살 때부터 심장에 이상이 생겼고 설상가상으로 다섯 살 때 물을 긷다 넘어진 뒤로 손과 발이 굳어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없게 됐다고 한다. 할머니와 오빠가 생업과 학업을 위해 집을 비우는 날이 많아 굶기 일쑤다.

이처럼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알람사하이는 에티오피아 전통 방식대로 커피를 끓여 소 목사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소 목사는 “알람사하이가 손수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커피 볶는 것이라고 들었다”며 “아픈 몸으로 이역만리에서 온 손님을 대접할 생각을 하다니 영혼이 참 맑은 아이”라고 말했다. 소 목사는 “이 아이도 하나님 명령으로 사는 것”이라며 “그래서 건강하게 살아야 할 권리와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할머니 브리투는 “손녀에게 치료받을 기회가 생겨 기쁘다”고 밝혔다.

이튿날 오후, 소 목사의 약속대로 알람사하이는 명성교회(김삼환 원로목사)가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세운 명성기독병원(MCM)으로 옮겨져 검진을 받았다. 팔다리 마비 증세는 신경성 척추염이란 1차 진단이 나왔다.

의료진은 “치료가 가능하다”고 밝은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심장 상태는 심각하다고 했다. 현지 의료진과 의료시설의 수준, 치료와 비용 모두 만만치 않아 보였다. 병실에 입원한 알람사하이의 눈에 고인 눈물이 쉽게 마를 것 같지 않았다.

한국월드비전 에티오피아 사역은 9개 사업장 두고 4만2600명 어린이와 결연… 다양한 후원 펼쳐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에티오피아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각별하고도 친숙한 나라이다. 구약에서 솔로몬 왕과 지혜를 겨룬 스바 여왕의 전설을 품고 있고, 한국전 당시 6000명의 전투병을 파견한 바 있다.

면적은 한반도 5배 크기이고 인구는 9900만명이다. 종교는 에티오피아 정교가 43.5%를 차지하고 있고 이슬람교 33.9%, 기독교 18.5% 순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에 5년간 점령당하긴 했지만 아프리카에서 식민 통치를 받지 않은 유일한 나라이다.

하지만 1980년대 초 극심한 가뭄으로 100만명이 아사하면서 빈곤국가로 전락했다. 2015년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1428달러 수준이다. 우리나라 3만3890달러의 24분의 1에 불과하다. 인구의 36.8%가 하루 1.25달러 이하로 살아가고 있고 성인문맹률이 61%에 달한다. 어린이 55%가 아동학대에, 4명 중 1명은 노동착취에 노출돼 있고 2명 중 1명은 18세 이전에 결혼한다. 특히 여아는 조혼, 유괴, 남아선호, 노동착취로 인해 초등학교 교육조차 받기 어렵다고 한다.

에티오피아 전역에 9개 사업장을 둔 한국월드비전은 4만2600명의 어린이들과 결연을 맺어 후원하면서 식량·경제, 보건·영양, 식수·위생, 교육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새에덴교회 구호팀이 찾은 곳은 이들 중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남동쪽으로 200㎞ 떨어진 오로미아주 디겔루나 티조 지역 사업장이다.

디겔루나 티조·아디스아바바(에티오피아)=정재호 종교국장 jhjung@kmib.co.kr, 그래픽=이영은 기자

검고 순수한 눈망울이여

소강석 목사

검은 대륙의 땅 에티오피아
폐허와 절망의 언덕에서도
들꽃들은 피어나고 스바 여왕의 전설은
아리아처럼 울려 퍼지고 있는데
검은 아이들의 눈망울을
슬프게 감겨가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동성애가 뿌리고 간 에이즈균들이
어린아이들의 몸속에까지 독버섯으로
자라고 있을 때
어린 눈망울들은 탄식의 눈물을 흘리고
구레네 시몬의 십자가도 통곡을 한다

그래도 아이들아 울지 말고
언덕의 꽃들을 보렴
너희들의 가슴에 눈물 젖은
사랑의 꽃씨를 뿌리러 왔나니
곧 따뜻한 봄날이 오리라
그 봄날 잔인한 형형색색의 꽃을 피워다오

비록 피지도 못하고 지는 꽃들이
있다할지라도
너희들이 남기고 간 삶의 향기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나 역시 그 향기를 결코 잊지 않으리
아, 검고 순수한 너의 눈망울이여
그 눈망울 속에서 피어날 순백의 꽃이여
아니, 눈물 젖은 꽃씨를 뿌려 줄
그대 도움의 손길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