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이명박정부 시절 태광실업 세무조사 등 과거 ‘정치적 세무조사’의 진상조사에 착수했다(국민일보 26일자 1·3면 보도). 이를 위해 개혁적 성향의 외부전문가를 중심으로 국세행정 개혁 태스크포스(TF)도 만들었다.
국세청은 1966년 개청 이래 지금까지 정치적 세무조사는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모든 이들이 믿지 않았지만 홀로 손바닥으로 해를 가려 왔다. 이런 점에서 한승희 국세청장의 의지는 높이 살만하다. 한 청장은 새 정부 출범과 발맞춰 잘못된 과거 행위의 진상을 규명하고 정치적 세무조사 방지 방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과거에도 정부 출범 때마다 세무조사 투명성 강화 등 개혁을 추진했지만 잘못된 과거를 반성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한 달이 넘도록 국세행정 개혁 TF의 진상조사는 더디기만 하다. 단장을 맡고 있는 인하대 강병구 교수 등 TF의 외부위원들이 국세청 내부 자료를 봐야 제대로 된 진상조사를 할 수 있는데 국세청이 머뭇대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국세기본법 81조13항을 든다. 이 조항은 ‘세무공무원은 납세자가 세법에서 정한 납세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제출한 자료나 국세의 부과·징수를 위하여 업무상 취득한 자료 등을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국세청의 적극적 의지만 있다면 이 조항은 문제되지 않는다. 강 교수는 26일 “외부위원들이 열람한 자료에 대해 보안서약서를 쓰고 진상조사에만 사용하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잘못된 세무조사 관행 개선 등 국세행정 개혁은 자기반성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 출발선은 철저한 진상조사일 것이다. 만약 국세청이 과거처럼 개혁하는 척만 하려는 생각이라면 애초에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국세청이 정치적 세무조사 진실규명을 ‘정치적으로’ 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현장기자-이성규] 稅政혁신 이번엔 시늉 그쳐선 안돼
입력 2017-09-27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