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도움 받는다… 그러나 감독은 신태용

입력 2017-09-27 05:00
대한축구협회 김호곤 기술위원장(왼쪽)을 비롯한 기술위원들이 2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2017년도 제7차 기술위원회를 열어 ‘히딩크 역할론’ 등의 안건을 논의하고 있다. 뉴시스

대한축구협회가 “한국 축구를 돕고 싶다”는 거스 히딩크(71) 전 대표팀 감독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만 대표팀 감독은 아니라고 못박아 사실상 기술고문 등으로 역할을 한정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

김호곤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2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태용 감독 체제로 2018 러시아월드컵을 치른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언급한 뒤 “기술위에서 히딩크 감독의 도움을 받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히딩크 전 감독에게 상징적인 도움이 아니라 확실한 역할을 줘 실질적인 도움을 받고자 한다”고 덧붙여, 기술고문 자리가 유력해 보인다.

김 위원장은 “히딩크 전 감독이 최근 네덜란드에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한 직후 축구협회는 곧바로 그에게 이메일을 보내 역할과 조건에 대해 물었는데, 지난주에 온 회신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10월 7일) 러시아와의 평가전에서 히딩크 감독을 직접 만나 본인의 의사를 들어 보고 어떤 역할을 맡길 것인지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히딩크 감독은 지난 6월 지인을 통해 “감독이든 기술고문이든 내가 (한국 축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할 용의가 있다”고 축구협회에 알렸다. 한국 대표팀이 졸전 끝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팬들 사이에서는 ‘히딩크 대망론’이 다시 떠올랐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을 4강에 올려 놓은 히딩크 감독은 첼시(잉글랜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등 유럽 명문 클럽들을 이끌었으며 호주, 터키, 네덜란드 등의 국가대표 사령탑도 지낸 명장이다. 현장 지도 경험이 풍부하고 각국 대표팀에 대한 정보에도 훤해 국제무대 경험이 부족한 신 감독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히딩크 기술고문 카드는 그러나 대표팀 내 갈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신 감독은 어떻게든 히딩크 감독의 그늘에 놓일 수밖에 없다. 자칫 옥상옥 논란도 제기될 수 있다. 만일 신 감독이 다음 달 치를 평가전에서부터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둔다면 입지는 흔들리게 된다. 동시에 히딩크 감독에 대한 팬들의 지지와 기대감은 더욱 커질 것이 뻔하다. 본선까지 가겠다는 신 감독의 대표팀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키 어렵다.

이 때문에 축구협회가 히딩크 감독의 역할과 권한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최근 팬들의 히딩크 영입 여론에 대해 “원칙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예의가 아니라는 걸 (기자들이) 잘 알지 않느냐”면서 “신 감독 성격이 활달했는데, 요즘 좀 의기소침해 있어서 안쓰럽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한편 기술위는 U-23 축구 대표팀 감독에 김봉길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을 선임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