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생활용품 업체 유니레버가 국내 토종 화장품 기업 카버코리아를 인수했다. 매각대금만 3조원 규모로 국내 뷰티 업계 인수·합병(M&A)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 저력을 입증한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유니레버글로벌은 미국계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탈과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 컨소시엄으로부터 카버코리아를 22억7000만유로(약 3조576억원)에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인캐피탈과 골드만삭스 컨소시엄은 지난해 6월 4300억원에 카버코리아 지분 60%를 인수한 후 1년3개월 만에 2조5000억원의 차익을 실현하게 됐다. 앨런 조프 유니레버 퍼스널케어 사장은 “카버코리아 인수로 세계에서 가장 큰 스킨케어 시장인 북아시아에서 유니레버 입지가 크게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카버코리아는 1993년 이상록 카버코리아 회장이 설립한 국내 뷰티 회사로 에스테틱 전문 화장품 회사로 출발했다. 2013년 ‘이보영 아이크림’ 등으로 불리는 ‘AHC 리얼 아이크림 포 페이스’를 출시하며 급성장했다. 홈쇼핑을 중심으로 가격 대비 품질(가성비)이 뛰어난 제품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에 이어 국내 뷰티 브랜드 3위에 오르기도 했다. 회사 규모도 폭발적으로 성장해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295억원과 1800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기업이 국내 뷰티 기업을 사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뷰티 업계 최고가 M&A는 2010년 LG생활건강이 더페이스샵을 4667억원에 인수한 것이었다. 뷰티 업계는 유럽·북미 등 명품 브랜드와 달리 글로벌 시장에서 ‘비주류’ 취급을 받던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은 사례가 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유니레버가 3조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국내 뷰티 업체를 사들인 이유는 중국 시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니레버는 1986년부터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생활용품을 주력으로 하는 탓에 중국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유니레버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AHC를 앞세워 중국 시장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보복이 본격화된 지난해 11월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광군제’에서도 카버코리아는 AHC 마스크팩을 하루 만에 65만장 넘게 팔아치웠다. 다만 일각에서는 사드 보복 사태가 장기화되며 중국 시장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인수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토종 ‘카버코리아’ 유니레버 품으로
입력 2017-09-25 2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