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조은화·허다윤양 ‘마지막 등교’

입력 2017-09-25 18:09 수정 2017-09-25 21:31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조은화(왼쪽 영정)·허다윤양의 유골이 3년 반의 긴 수학여행을 마치고 25일 모교로 돌아와 후배들과 마지막 작별을 고했다. 조양의 어머니 이금희씨(왼쪽 두 번째)가 재학생들에게 당부의 말을 마친 뒤 자리에 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더는 추운 바닷속에 계시지 말고 이제는 따뜻한 곳에서 편히 쉬세요.”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재학생 200여명은 25일 오전 11시쯤 학교 정문부터 건물에 이르기까지 무거운 마음으로 줄지어 서 있었다. 바람 때문인지 일부 학생들이 들고 있는 A4 용지에 쓰인 ‘잊지 않을게요’ ‘언니들 돌아와서 다행이에요’라는 글귀가 떨리는 듯했다.

오전 11시30분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조은화(당시 2학년 1반)·허다윤(당시 2학년 2반)양의 유해가 1259일 만에 교문에 들어섰다. 정든 교정과 교실, 선생님과 후배, 그리고 다정했던 모든 것과 이별하기 위해 3년이 훌쩍 지난 이날에야 학교에 온 것이다.

밝은 모습의 은화·다윤양 영정 뒤로 유족과 지인, 학교 관계자 100여명이 줄지어 교실이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교실에 다다르자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울음이 터져 나왔다. 가족들의 부축을 받으며 겨우 버티던 은화·다윤양의 어머니는 연신 딸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한참 후 학교 건물 밖으로 나온 은화·다윤양의 어머니는 “딸의 후배들에게 할 말이 있다”며 잠시 마이크를 잡았다. 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는 “내가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는 마음의 표현도 아끼지 말라”고 당부했다. 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는 “엄마 아빠 많이 안아드리고 사랑하면서 살아 달라”고 말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바닥에 앉아 어머니들의 당부를 듣는 학생들 상당수는 눈물을 훔쳤다. 단원고 학생회장은 학생들이 쓴 추모글을 유족에게 전달했다. 40분쯤 학교에 머문 은화·다윤양의 운구행렬은 재학생과 교직원들의 배웅 속에 수원 연화장으로 향했다.

안산=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