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에덴 파괴” 카리브해 섬나라의 호소

입력 2017-09-25 18:24 수정 2017-09-25 23:01
사진=UN 홈페이지

지난 23일 오전 11시(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유력 국가 지도자들의 연설이 끝난 뒤라 언론의 관심도 사라진 가운데 카리브해 섬나라 도미니카공화국의 루스벨트 스케리트(45·사진) 총리가 연단에 섰다.

스케리트는 허리케인으로 초토화된 조국을 생각하며 “에덴이 파괴됐다”며 각국이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것은 지구가 침몰하는 동안 우리가 마주한 진실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언제 다음 허리케인이 닥칠지 두려움에 떨고 있는 도미니카 국민들을 조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후변화에 대한) 협상을 위한 시간은 더 필요하지 않고 행동을 위해 남은 시간도 없다”면서 “큰 나라들이 협상하는 동안 작은 나라들은 고통 속에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케리트는 “열은 일상적인 폭풍을 파괴적인 힘으로 만드는 연료”라며 “따뜻해진 기온과 해수 온도가 북회귀선과 남회귀선 사이의 기후를 변화시켜 400만명이 사는 카리브해를 파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시사주간 뉴요커는 스케리트의 주장은 이미 과학자들이 입증한 내용이라고 전했다.

스케리트는 “허리케인이 지나간 뒤 도미니카는 전쟁터와 다름없었다”면서 “우리는 어제 사랑하는 사람들을 묻었고, 오늘 또 무덤을 팠으며 그리고 확신컨대 내일 귀국하면 더 많은 희생자들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케리트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총회 직후 골프장에서 주말 휴가를 즐겼다.

맹경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