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KRG)가 이라크 정부와 주변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5일(현지시간) 분리·독립 찬반 주민투표를 강행했다. 투표 대상자는 5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마수드 바르자니 KRG 수반도 24일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뜻을 알리기 위해 투표하는 길로 간다”면서 “독립만이 우리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르자니 수반은 이어 “우리는 과거 바그다드(이라크 중앙정부)와 협력 관계에서 실패한 경험을 반복하지 않겠다”면서 “주민투표 이후 긴 협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KRG는 주민투표에서 찬성표가 과반이 돼도 바로 분리독립을 선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중앙정부와 독립 주권국가 수립을 위한 구체적인 협상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이라크의 통합과 평화,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어떠한 조치라도 할 것”이라면서 “위헌적인 KRG의 투표를 절대 인정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쿠르드족 분리독립에 격렬하게 반대해 온 터키도 주민투표 강행에 인접 국경검문소 통행을 제한하는 등 즉각적인 제재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국 내 쿠르드계의 연쇄 독립 요구를 경계해 온 터키는 투표일에 맞춰 성명을 내고 “투표 결과는 무효”라며 “법적 근거와 정당성이 모두 결여됐다”고 비난했다. 이어 “모든 수단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해 경제 제재 이외에도 군사 대응까지 동원할 수 있다는 의도까지 내비쳤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역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투표를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 독립 투표 강행
입력 2017-09-25 18:26 수정 2017-09-25 2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