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테러와 연관된 1300여곳 국내서 금융제재

입력 2017-09-25 18:05
금융위원회가 핵무기 개발과 국제테러 등에 연관된 개인, 기관, 단체 총 1300여곳을 ‘금융거래 제한 대상자’로 지정했다.

북한의 노동당과 국무위원회, 인민무력성 등 핵심 기구와 당·정·군의 실세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들은 금융위 허가 없이 국내 금융기관과 거래하거나 재산 등을 처분할 수 없다.

금융위는 이런 내용의 고시를 지난 22일 관보에 게재했다. 금융위가 직접 금융거래 제한 대상으로 지정한 개인 및 기관이 634곳이고 나머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대상을 옮긴 것이다. 금융위가 지정한 대상은 대부분 우리 정부와 미 행정부의 독자 제재 대상에 포함된 곳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25일 “유엔 안보리와 한·미 양국의 독자 제재 대상을 종합한 최신 리스트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번에 고시된 1300여개 금융 제재 대상에는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김원홍 보위부장, 박영식 인민무력상 등 북한 권부 핵심 인사들이 포함됐다. 북한 핵개발 총책임자인 홍승무 노동당 군수공업부 부부장도 이름을 올렸다. 이와 함께 북한의 석탄 수출을 주도한 강봉무역과 원봉무역, 백설무역 및 해외노동자 송출에 관여한 대외건설지도국, 남강건설 등도 명단에 들어있다.

금융거래 제한 대상의 또 다른 축은 악명 높은 테러조직이다. 2001년 미국 9·11 테러를 주도한 알카에다와 알카에다의 일인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필리핀 반군단체 아부 사야프 등 개인과 단체를 합쳐 500곳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 제재 대상이 되면 국내 금융회사에서 계좌 개설이나 이체 같은 모든 거래가 제한된다. 동산과 부동산, 채권 및 그 밖의 재산을 처분하거나 양도, 증여할 때도 금융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금융회사가 금융위 허가 없이 거래 제한 대상자의 업무를 취급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금융위는 지난 2008년부터 ‘공중 등 협박 목적 및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위한 자금조달 행위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융거래 제한 대상자를 지정해 고시하고 있다. 이전 금융위 고시는 우리 정부가 대북 독자 제재 조치를 발표한 지난해 12월 이뤄졌다.

금융거래 제한 대상자는 정부의 대북 독자 제재 조치 여부에 따라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4형’ 2차 시험발사 직후 독자적 대북 제재 방안 검토를 지시했다.

현재로선 제재 대상을 늘리거나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 제재)에 동참하는 수준이 거론된다. 앞으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을 제재 대상에 올리는 방안도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 김 위원장과 김여정은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미국이 제출한 유엔 안보리 결의 초안에 포함됐다가 최종안에선 빠졌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