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방중소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A씨는 환자에게서 “커피 타 와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환자는 거동이 불편하긴 하지만 커피를 직접 타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른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B씨는 환자의 잔심부름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그는 “병원 매점에서 간식을 사오는 일은 물론이고 병원에 없는 약을 바깥 약국에서 사오는 심부름을 하기도 한다”며 “간호와 아무 상관없는 환자의 요구를 어디까지 들어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A씨나 B씨 같은 현장 간호사들은 정부의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 방침에 걱정이 크다. 통합서비스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간호를 맡은 의료진이 보호자 대신 간병까지 도맡는 제도다. 문재인정부는 지난 4월 기준 2만3000개인 통합서비스 병상을 5년 안에 5배 늘려 10만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간호인력도 그만큼 더 필요하지만 지금도 병원 현장에선 간호사가 턱없이 부족하다. 열악한 처우와 밤새 환자를 돌봐야 하는 근로환경 때문에 일을 그만두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의원은 내년 보건의료 인력 중 간호사가 12만200여명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간호대학 입학 정원을 1만여명에서 7000명 가까이 늘렸다. 덕분에 간호사 면허 소지자는 30만명이 넘었지만 실제로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는 14만여명에 불과하다.
이 같은 인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통합서비스가 확대되면 간호인력의 근무환경은 더 열악해진다. 현재 의료현장에서 간호사 1명이 맡고 있는 환자는 평균 15∼30명이다. 통합서비스가 제대로 시행되려면 간호사 1명이 맡을 수 있는 환자는 8∼12명으로 줄어든다.
전문가들은 간호사의 처우·근무환경 개선이 통합서비스 안착에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조성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는 “30%가 넘는 신규 간호사 이직률만 낮춰도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에 지장이 없다”며 “간호사를 고용한 병원이 국가에서 받는 간호관리료 수가가 오르는 만큼 간호사의 실질적 인건비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통합서비스를 위한 간호사 교육에도 간호관리료 수가의 일부가 활용돼야 한다”며 “현재 건강보험공단이 지정한 선도병원을 찾아가 교육을 받고 오는 식으로는 통합서비스가 정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광옥 순천대 간호학과 교수도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간호인력 간 적절한 업무분장과 그에 맞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간호사의 근무여건 개선 방안을 골자로 종합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아직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4월 지방중소병원이 간호관리료 수가를 더 받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으나 간호사 인건비는 그대로라는 지적이 있었다”며 “의료기관이 오른 수가의 70%를 간호사의 직접적인 인건비로, 30%는 직장어린이집, 기숙사 등 간접비로 사용하도록 하고 이행을 점검하는 방법 등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5년간 5배 늘린다’는 간호·간병통합… 인력이 문제
입력 2017-09-2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