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을 앓았던 사람도 2년간 치료를 받은 적이 없다면 내년 4월부터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대출 금리를 1∼2% 포인트 낮춘 온라인 햇살론이 출시되고,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를 온라인으로 재발급받을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소비자 중심 금융개혁 추진방안을 25일 발표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소비자 간담회에서 “그간 소비자를 위한 제도 개선에 부족함이 있었다”며 “앞으로 소비자를 가장 우선순위에 놓고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매년 소비자 1200명 이상을 만나 개혁과제를 선정하고 신속하게 해결키로 했다.
우선 금융위는 ‘유병자(有病者) 실손보험’ 가입을 가능케 하기로 했다. 고혈압,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이 있어도 2년간 치료 이력이 없으면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입원, 수술 및 7일 이상 통원, 30일 이상 투약 치료를 받은 적이 없어야 한다. 기존 실손보험은 5년간 치료 이력을 심사해 유병자의 가입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실손보험의 보험료 인하도 내년 상반기 중에 추진한다.
대표적 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은 온라인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햇살론은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하기 어려운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금융상품이다. 현재 금리는 최고 10.5% 수준인데, 온라인으로 이용 시 8%대까지 낮출 수 있게 된다.
선진국과 비교해 높은 연체금리도 낮아진다. 대출 연체금리는 현재 9∼14% 수준이다. 연체로 발생되는 금융회사 비용은 최대 3% 정도인데, 물리는 이자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금융 당국은 오는 12월 연체금리 산정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한다. 연체금리를 낮추면 약 135만명의 연체대출자가 혜택을 볼 전망이다.
생활에서 불편함을 줬던 금융 관행도 사라진다. 당장 OTP를 온라인으로 재발급받을 수 있는 방안 등을 검토키로 했다. 현재 OTP는 재발급받을 때 무조건 은행 등을 방문해야 한다. 카드발급이 어려웠던 전업주부의 경우 절차·증빙 등이 오는 12월부터 간소화된다.
숨은 보험금 찾기도 한결 간편해진다. 현재는 휴면보험금만 생명·손해보험협회 홈페이지에서 조회 가능하다. 앞으로는 고객이 찾아갈 수 있는 모든 중도·만기·휴면보험금을 통합 조회시스템 ‘내 보험금 다 찾아’에서 한번에 조회할 수 있게 된다. 중도·만기·휴면보험금은 지난해 말 기준 약 7조6000억원(947만건)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불완전 판매와 관련한 소비자 권리는 강화된다. 금융 당국은 투자자가 원할 경우 금융회사가 금융투자상품 판매 과정을 녹취해 제공하도록 자본시장법을 개정키로 했다. TV홈쇼핑에서 보험상품을 팔 때 광고 끝에 장문의 설명문구를 내보내는 등 불완전 판매 소지가 있는 광고는 사실상 금지된다. 방송만 시청해도 핵심 사항을 한번에 숙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된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만성질환 있어도 실손보험 가입한다
입력 2017-09-2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