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부문에서 쉬운 해고 및 임금피크·성과연봉제 도입의 잣대로 삼았던 ‘양대 지침’을 시행한 지 1년8개월 만에 공식 폐기했다. 지침이 빈번한 노사 갈등을 일으켰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양대 노총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양대 노총의 노사정위원회 복귀를 위한 ‘당근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후 첫 전국 기관장회의를 열고 “양대 지침 폐기를 공식적으로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어 “더 이상 양대 지침으로 현장에서 불필요한 오해와 노사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주기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지난해 1월 박근혜정부가 도입한 양대 지침은 ‘공정인사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 지침(취업규칙지침)’을 말한다. 공정인사지침은 업무 능력이 떨어지거나 근무 성적이 부진할 경우도 해고 사유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다보니 쉬운 해고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취업규칙지침은 채용, 인사, 임금 등의 사내 규칙을 고용자 측이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노조가 반대할 경우 도입이 쉽지 않았던 임금체계 개편 등의 문을 열어준 것이다. 임금피크제나 성과연봉제 도입이 대표적이다.
양대 지침 폐기는 도입 과정에서 발생한 이러한 잡음을 불식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김 장관은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254개 공공기관·지방공기업의 31%인 80곳이 노사합의 없이 제도를 도입했다”며 “수십건의 민·형사상 다툼이 진행 중”이라고 예시했다.
일각에서는 양대 노총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노사정위 석상으로 불러오기 위한 포석이라고도 해석한다. 양대 노총은 양대 지침 도입을 계기로 노사정위 탈퇴를 선언했다. 민주노총 출신인 문성현 노사정위원장 임명 후에도 기류는 바뀌지 않았다. 공식 폐기 발표를 통해 이 상황을 뒤집어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양대 노총을 방문했을 때도 노사정위에 들어와 어려운 점을 협의해 달라고 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들은 고용부의 양대 지침 폐기와 관련한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하지 않았다. 양대 지침이 현장에서 거의 효력이 없는 사문화된 지침이었던 데다 정부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지침 폐기에도 임금체계 개편 같은 노동 개혁은 꾸준히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총 관계자는 “(호봉제로 대표되는) 연공급형 임금체계를 개선하고 이를 통해 청년 일자리를 늘리자는 취지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는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양대 지침 방향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김현길 기자 sman321@kmib.co.kr
[투데이 포커스] 勞 손들어준 政… 노동개혁 숙제
입력 2017-09-25 18:21 수정 2017-09-25 22:36